아, 그리운 내 고향 인제(麟蹄) 고을!
숱한 젊은이들이
갓 스무 살 넘어
군대에 갈 적에
인제 가면
원통해서 언제 오냐며
무조건(無條件)
가기 싫어하던
내 고향
인제(麟蹄) 고을!……
거기는
산이 너무 높고
골짜기가 깊은데다가
삼동(三冬)에
눈이 하도 많이 내린대서
이 나라 젊은이들이
가기 싫어하던 곳이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겐
언제든지
돌아가고 싶은
정든 고향이다.
피치 못할 사연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겐
너무나 그리워서
잊기 힘든
마냥 포근한
고향일 뿐이다.
가난이 웬수(怨讐)라서
어쩔 수 없이
궁벽(窮僻)한 고향을 등진 이들,
아들 딸내미 공부 시키려고
대처(大處)로 떠나간 이들,
어디 그뿐이랴!
단군(檀君) 할아버지 이래(以來)
가장 큰 물막이 공사(工事)였다는
소양강댐(昭陽江dam)이 생기는 바람에
인제(麟蹄)-양구(楊口)-춘성(春城)
세 고을의
토박이 수만 명은
조상님 때부터
오순도순
살아온 고향을
지난 세기말(世紀末)
어느 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꺼번에 등져야 했다.
지난 20세기 초엽(初葉)에
왜놈 쪽발이들 등쌀에 못 이겨
만주(滿洲)로 연해주(沿海州)로
떠나갔던 이들도
조국 광복이 되자
모두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던
우리들의 고향 땅,
저 육이오 사변(六二五事變) 때
남부여대(男負女戴)한 채
남쪽으로 피난을 갔던 이들이
휴전(休戰)이 되자
불발탄(不發彈)과 지뢰(地雷)밭 투성이던
고향 땅에
다시 돌아왔을 때만 해도
또다시
우리들 고향에
크나큰 인구 이동(人口移動)이
재발(再發)하리라곤
그 누구도 차마
짐작을 못 하였으리라.
고려 태조 왕건(王建)에게
나라를 잃은
미륵대왕(彌勒大王) 궁예(弓裔)가
일찍이 명주군(溟州郡) 강릉(江陵)에서
군대를 이끌고
태백산맥(太白山脈)을 넘어와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
철원(鐵原) 땅으로 가기 전에
숨 고르기 하던 곳이자,
천년 왕조 신라(新羅)를
재건하려던
마의태자(麻衣太子)께옵서
마지막 꿈을 불태우며
오래 머무르셨던
역사의 애환(哀歡)이
스며 있는
인제(麟蹄) 고을은
오늘날
고을 단독(單獨)으로는
사람 머릿수가 부족해
국회의원 한 사람조차
내 고장 대표로 뽑을 수 없는
너무 궁벽(窮僻)한 지역(地域)이
되어 버렸다.
산이 너무 높고 골짜기가 깊은데다가
삼동(三冬)에 눈이 많이 내린대서
관광객들 빼고는
이 나라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가기 싫어하는 곳이지만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겐
피치 못할 사연으로
고향을 떠났을망정
언젠가 성공하면
반드시 귀향(歸鄕)하여
아름다운 자연(自然)과
어우러져 살고 싶은
영원한 꿈의 고향
인제(麟蹄) 고을!……
산 좋고 물 맑아
인심조차 맑고 고운
그곳에 되돌아가
오순도순 살다가
마침내 우리 몸의 기력(氣力)이
다하는 날,
양지바른 언덕에
묻힌 채
영원히 영원히
청산(靑山) 속에 살고 싶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2012 년 만추(晩秋)에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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