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追慕詩)

붙잡을 수 없는 것들

noddle0610 2013. 4. 1. 22:08

 

 

 

 

붙잡을 수 없는 것들

 

6070 가수 박상규(朴祥奎) 형()의 별세 소식을 듣고서

 

 

     

 

     가네,

     가네.

 

     그예 가 버리네.

 

     이제껏

     나와 함께한

 

     모든 것이

     하나 둘씩

 

     아스라이

     사라져 가고 있네.

 

     미련과 의지(意志)만으론

     붙잡을 수 없는 것들,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들,

 

     제아무리 진정성 있게  

     호소해 봐도

 

     소용 없는 것들,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인연들까지

 

     내게서

 

     시나브로

     사라져 가고 있네.

 

     이제껏

     나와 함께한

 

     값진 순간들은

 

     이제 영원히

     내게서

 

     멀어져 가고 있네.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고,

 

     해와 달이

 

     동쪽 하늘에 떠올라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듯

 

     모든 것은

     저절로 흐르고

 

     기울고 

     변()하고……

 

     아스라이

     사라져 가네.

 

     해가 떴다가 지고

     별이 떴다가 지고

 

     바람과 구름과 물이

     내 곁을 스쳐 가듯

 

     잠시도

     한자리에

 

     변함없이

     머무는 것이라곤

 

     이 세상 천지에

     하나도 없다네.

 

     내 앞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은

 

     나에게

 

     가을 터럭[秋毫] 한 올 만큼도

     미련이 없나니,

 

     이제껏

     나와 함께 있었던

 

     무지갯빛 기억들

     역시

 

     시나브로

     잊혀져 갈 것이네.

 

     아! 이제 가네.

     그예 가 버리네.

 

     나와 함께했던

 

     모든 것이

     하나 둘씩

 

     저 멀리

     사라져 가고 있네.

 

 

20134월 초하룻날

 

        

  

 

  시나브로의 뜻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덧붙이는 글

    

 

6070세대의 가수 박상규(朴祥奎) ()가 뇌졸중(腦卒中)으로 고생하다가 오늘 향년(享年) 71세로 별세했다고 합니다. 1966년도에 김상국(金相國), 장우 씨() <송아지 코멧츠(komets)>를 조직해 트리오(trio)로 활약하다가, 1967년에 장우 씨와 한국 최초의 남성 듀엣(duet)으로 <코코 브라더스(Coco Brothers)> 활동을 하면서 주로 팝송(pop song)과 라틴뮤직(Latin music)을 번안(飜案)해 불렀고, 1969년엔 <쟈니 브라더스(Johnny Brothers)> 출신인 김준(본명 : 金山鉉) 씨 및 <키 보이스(Key Boys)> 출신의 차도균(車道均) , <코코 브라더스(Coco Brothers)>의 단짝 친구 장우 씨 ()과 함께 유명한 <포 다이나믹스(Four dynamics)> 그룹(group)을 결성하여 환상적인 화음(和音)을 팬(fan)들에게 들려 주었으며, 솔로(solo) 가수 활동을 하면서부터 『조약돌』, 『웃으며 보내마』, 『친구야 친구』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을 불러 국민가수로 널리 사랑을 받았고, MBC TV 「이 밤을 즐겁게」, 「토요일 토요일 밤에」, 「일요(日曜) 큰잔치」 등의 진행자(進行者 : MC)로서도 이름을 크게 떨친 바 있습니다.

 

그는 비교적 젊은 나이 때부터 백발(白髮)이 성성해지기 시작해 대중(大衆)들의 주목을 받으며 마이크(mike) 앞에 서야 했지만, 늘 환하게 웃는 개구쟁이 소년의 얼굴을 유지한 채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이른바 멀티-엔터테이너(multi-entertainer)의 원조(元祖)로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한동안 모든 방송무대에서 모습을 감추어 근황이 무척 궁금했는데, 오늘 TV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갑작스런 부음(訃音)을 듣게 되니,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의 재치 넘치는 입담이 새삼 그립습니다. 그의 주옥 같은 노래들을 그의 허스키(husky)한 목소리를 통해 다시 듣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우리 곁을 영영 떠나갔습니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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