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상(瞑想)

나의 '인생 노트(Note)'

noddle0610 2013. 11. 17. 03:54

 

 

 

 

 

 

나의 '인생 노트(Note)'

  

나의 인생 노트(Note)’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몽당연필로만 씌어졌다. 이제 너덜너덜해진 공책(空冊) 속 글씨들은 날이 갈수록 흐릿해져서 그 내용을 제대로 알아보기조차 힘들다. !…… 이러다가 어느 날 내 인생 노트에 씌어진 소소(小小)한 역사(歷史) 따위들은 고무지우개로 깨끗이 지운 것처럼 모두 잊혀지거나 사라지고 말 것이다.

 

돌이켜 보니, 내 인생 노트엔 세상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색깔이 아주 선명한 잉크로 글씨를 본때 있게 써 본 적이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옛날 어르신들이 손수 육필(肉筆)로 남기신 난중일기(亂中日記), 징비록(懲毖錄), 열하일기(熱河日記) 등은 몇백 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우리 후손들이 보기에도 감동적일 정도로 심혈(心血) 기울여서 쓰셨다고들 하는데, 지금의 내 노트는 어떠한가. 정녕 잊고 싶은 어두운 과거사(過去事)까지도 빠짐없이 그때그때마다 진솔(眞率)하게 써 두었더라면 지금쯤 나는 그나마 인격적으로 거듭나서 남부끄럽지 않은 '서생(書生)'이 되어 있으리라.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나마 이제는 내 인생 노트를 더 이상 몽당연필 글씨로만 채우지는 않으련다. 앞으로 내가 이 풍진세계(風塵世界) 비록 열흘밖에 더 못 머무른다고 할지라도 내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흐리멍덩하게 마무리 하고 싶진 않다. 색깔이 분명한 잉크(ink)를 선택하여 나의 진솔한 생각과 이야기를 공책 속에 또박또박 기록해 두고 싶다.

 

2013 년 만추(晩秋)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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