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창작시-무녀(巫女)

noddle0610 2006. 1. 12. 05:23

 

 

 

 

 

무 녀 ()

 

 

 

 

 

 


 

       무슨 神(신)이 지피셨길래 어깻죽지 죽지마다


    興(흥)이 굼실굼실 저다지 잘 돌아가실까?……


       나는 몰라, 도통 몰라라.


       보기에만 눈을 치뜨시었다가 내려 감으시었다가


    한 마당 빙그르 돌아, 돌이켜 뵐 뿐


       성황당 앞뜰에 장군님, 당금 할머니!


       나는 칼을 집을 테요, 나는 칼을 던질 테요.


       활옷이 훨훨 날리시어 뛰는 가슴은 덩덕궁 덩덕궁!


       무슨 神(신)이 오르셨길래 한 마당 가득히 저리 발이 나실까?……

 

 

       꽹머거리 울리시어라. 북채로 두들기시어라.


       오늘이 삼백 예순 날 허구 헌 날 中(중) 불쌍한 백성 살려 주는 날


    아니랍디까?……


       한울 끝 아래 고갤 들어 부끄럼 없는 한 마당 빙글 돌아


    어차, 덩덕궁 덩덕궁! 서슬 퍼렇다, 바로 게 아니랍디까?……


       神(신)이 나셨네. 神(신)이 바짝 오르셨네.


       한 마당이 모잘라 춤추어라, 칼을 번득혀 부채를 휘저어


    神(신) 나겠네. 神(신) 지피었네.

 

 

       어느 神(신)이 지피셨노. 어느 神(신)이 나시었노.


       빌어도 빌어도 하염없을 시간에 어깻죽지 죽지마다


    興(흥)이 굼실굼실, 어이 堂(당) 밑에 초롱불을 희롱하실까?……


       불 꺼지면 재가 될 줄 나도 몰라, 도통 몰라.


       헤어진 활옷 자락 너훌너훌!…… 장군님, 당금 할머니!……


       나는 칼을 집을 테요, 나는 칼을 던질 테요.


       주름진 이맛살에 땀방울 흐르어도 한바탕 빙그르 돌아


    눈 감으시었다 사시나무 떨리어가듯 떨으셔라.

 

 

       아, 덩덕궁 덩덕궁 神(신) 되셨을라.


       萬籟(만뢰)는 고요해라. 風物(풍물)이여, 덩덕궁…….

 

 

 

1968 12 5 10시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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