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제비네 정원(庭園) 일우(一隅)
내 친구 제비네 집
뜨락 한 모퉁이에 있는
정경(情景)은
보기만 해도
정겹다.
우리 집도
마당은 있건만
욕심 많은 나는
청양고추와 호박만
잔뜩 심어 놓았는데,
제비 녀석은
마당에 꽃도 심고,
담장 옆 한 구석빼기에
앙증맞게
부뚜막과 아궁이를 설치해
가끔씩 불을 지펴
닭백숙도 해 먹고
옥수수와 감자를
쪄 먹는단다.
마당에 멍석 깔고 앉아
자기 와이프랑 반주(飯酒)로
‘쐬주’ 한 잔씩 주고받으며
덤으로 안주감으로
세상사(世上事)를
곁들인다는데,
아! 나는 뭐냐.
시방(時方)
이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오면
나도 시멘트(cement)
몇 포대(包袋) 사다가
군대(軍隊) 시절 배운
서툰 솜씨로
덕지덕지
얼기설기
부뚜막에 적당한
아궁이를 꾸며
여름 내내
제비 녀석 흉내를 내야지.
마당에 멍석 깔고 앉아
내 아내를 녀석의 마누라보다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꺼리를
이번 겨울 내내
생각해 두어야겠다.
내 친구 제비네 집
뜨락 한 모퉁이에 있는
정경(情景)은
생각만 해도 정겹고
은연중에 부럽다.
2005 년 12 월 6 일
박 노 들
☞ 사진 出典 : 畏友 '하얀까마귀'의 플래닛,
http://planet.daum.net/wowcyjoon/ilog/2906252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사람이 (0) | 2010.01.18 |
---|---|
엄마와 장날 (0) | 2009.01.16 |
크리스마스카드를 받고서 (0) | 2006.04.30 |
메밀묵 장수 (0) | 2006.04.21 |
창작시-무녀(巫女) (0) | 200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