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논술-구술

독서일기 작성법

noddle0610 2006. 1. 23. 01:57

 

 

 

독서 일기 작성법

 

/   朴     노     들  

 

 

  일기(日記)는 꼭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고, 하루의 일을 되돌아보면서 그날 있었던 일이나, 그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솔직하게 적는 글입니다.

  일기는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genre)를 다 구사하여 쓸 수 있는 글입니다. 그래서 일기를 광의(廣義 : 넓은 의미)의 수필 문학(隨筆文學)에 포함시키는 것이지요.

  꼭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것만이 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감상 일기(感想日記 : 영화 감상-미술 감상-문학 작품 감상-TV드라마 감상 일기 )도 쓸 수 있고, 육아 일기(育兒日記)도 쓸 수 있으며,관찰 일기(觀察日記)도 있고, 실험 일기(實驗日記)도 있고, 탐험 일기(探險日記)도 있고, 연암(燕岩)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처럼 날짜를 기록한 여행기(旅行記)도 있고,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와 같이 중요한 체험을 기록한 일기 등(等) 다양한 일기가 있습니다. 

  독서 일기(讀書日記)는 그 중 하나로서 문학 작품 뿐만이 아닌 자기가 읽은 글이나 책에 대한 감상을 두고두고 재음미하기 위해 쓰는 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독서 일기는 글을 읽은 연월일(年月日)을 기록한 일종의《독서 감상문 모음》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자기가 읽은 글에 대한 감동이나 인상을 일기로 기록하여 어느 때라도 다시 일기를 읽어 보면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때의 그 감동과 인상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평소에《독서 일기》를 쓰는 습관을 길러 두면 아주 유익(有益)합니다.

  사생활(私生活)을 기록한 일기는 남에게 보일 수 없겠지만, 독서 일기는 남에게 보여 주어도 좋습니다. 자기 혼자만 좋은 글이나 책을 읽고 감동할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나 지인(知人)들에게 감동을 나누어 주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니까요. 

  앞에서도 언급하였거니와, 독서 일기는 일종의《독서 감상문 모음》이므로, 그 형식 또한《독서 감상문》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 감상문》작성법은 대략(大略) 다음과 같습니다.            

 

[1] 작품의 내용 소개 특히 줄거리 소개를 너무 길게 늘어놓지 말아야 합니다. 

  줄거리 소개는 원고지 1(200자)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핵심 내용만 짚어서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장황한 내용 소개가 되어 버리면 그런 글은《독서 감상문》이 아닌《도서 안내(圖書案內)의 글》이 되고 말 것이니까요.

 

[2] 작자[作者 : 저자(著者)]의 소개 역시 두드러지게 언급해야 할 부분(특성) 중심으로 아주 간략하게 해야 합니다.

  너무 길면 자연히 작품 감상 부분의 분량이 짧아지게 됩니다. 독서 감상문에서 작품 감상 부분의 분량이 너무 짧으면, 그런 글 또한 《독서 감상문》이 아닌 단순한《도서 안내의 글》이 되고 말 것입니다.

 

[3]《독서 감상문》은 문자(文字) 그대로 책을 읽으면서 독자(讀者) 나름대로 이해하고 느낀 점을 쓰되, 비판적 입장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느낀 점을 써야 좋은 감상문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작품 주제(主題) · 구성[構成 : 인물 · 사건 · 배경] · 표현에서 느낀 인상 깊었던 점, 좋았던 점, 재음미하거나 재평가해 보고 싶은 점 등(等) 긍정적 요소와 해당 작품에서 느낀 아쉬운 점 내지(乃至) 작품상의 오류 따위를 지적해 보는 것이지요.

 

 

  [ 독서 감상문 : 보기 ]

 

사랑하면 알고 보이게 되는우리 것들

       

━━ 유홍준(兪弘濬) 저(著)『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

 

                                                                     

  책은 전남 강진과 해남의 문화 유적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글쓴이가 끝없는 예찬을 보내는 남도 원색, 그 봄빛에 관한 감상도 실려 있다. 다산 초당에서 마주친 정약용의 글씨체를「북어국 백반체」라고 특유의 언사로 표현하기도 한다.

  글쓴이 유홍준(영남대 교수)은 마치 이야기하듯 미술사 강의하듯 사적인 문체와 공적인 문체를 적당히 섞어 설명하는데 그의 글에 빠지다 보면 사회적 격변에 휩쓸리는 이 시대에 이처럼 소박하게 우리의 문화 유적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우리 민족 문화 유산의 갈피갈피를 설명하면서 책 읽는 독자에게 민족을 관념이 아니라 실체로 느끼게 한다. 유적들에 대한 소상한 설명과 함께 한국 문화사의 실체를 자상하고 친절하게 해설하고 있다.

  자신이 고속버스의 좌석 25번이나 33번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해 놓은 부분이나 중부휴게소에 들렀을 때 맞닥뜨리게 되는 피곤함과 불쾌감을 서술해 놓은 부분은 전체 책 내용의 진지함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문화를 다루는 글들이 지니기 쉬운 엄숙한 분위기를 덜 느끼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에밀레 종소리에 맞추어 춤꾼 이애주가 춤을 추었던 우여곡절의 일화도 흥미롭다. 사물에 대한 치밀한 관찰, 곳곳에 배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야 마는 그의 감수성은 책 내용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그가 일러 주는 유적과 풍물, 남도의 풍광을 거리낌 없이 글로 옮겨 놓은 것을 읽으면서 과거 그곳을 찾아가 경험했던 옛 추억들이 문득문득 떠올라 한참을 지체하면서 책을 읽어야 했다.

  나는 이 책에서 이제까지 국사 교과서에서 외우던 연대표나 탑들의 건립 연도 따위만으로는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었던 당대의 생동하는 정신을 재발견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글쓴이가 인용한 조선시대 문인의 한 마디는 마치 긴 시간을 사이에 두고 건네는 대화처럼 들린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독서 감상문 출처 : 서학자(徐學子), 동아일보, 1993.7.7(수요일), 출판면, 직장여성 코너,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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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보기]처럼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고 나서, 책을 읽은 연월일(年月日)을 밝혀 두면 아주 훌륭한 독서 일기가 되겠으나, 처음부터 남에게 보이기 위해 독서 일기를 쓴다면 너무 부담이 커서 지속적인 독서 일기 쓰기가 힘들 것이므로, 처음에는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작가 소개 및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기가 느낀 만큼만 일기로 쓰면 되겠습니다. 

 

  흔히 독서 일기 하면 대개는 한 권의 두꺼운 책을 읽고 난 뒤에 그 감상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들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바쁜 현대인들로서는 상당한 부피의 책 한 권을 자주 읽기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책 한 권은 아니더라도 좋은 글 한 편(篇)을 읽고 나서 그 감상을 일기로 적어두면 아주 좋은 독서 감상문 내지 독서 일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 작품 뿐만이 아닌 자기가 읽은 글이나 책에 대한 감상을 두고두고 재음미하기 위해 쓰는 일기가 독서 일기라고 이미 모두(冒頭) 부분에서 밝혔거니와, 좋은 글 한편은 시나 소설 따위의 문학작품 말고도 다른 장르(genre)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으므로, 이런 글들이 바로 독서 일기의 중요한 소재(素材)가 된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오늘 아침에 읽은 조간신문(朝刊新聞)의 칼럼(column) 한 편이나 사설(社說)도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월간 잡지(月刊雜誌)에 실린 인물 탐구(人物探究)의 글이나 르포르타주(reportage) 기사(記事)에도 감동적이고 좋은 글들이 상당히 많이 있으므로, 이런 글들은 모두 독서 일기의 중요한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유수(有數)의 여러 대학교에서 선정(選定)해서 발표하는 권장도서 목록이 언론(言論)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고, 각 신문사나 방송에서도 자체적으로 좋은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경우가 상당히 잦은 편이므로, 그 중에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으면 그만큼 좋은 글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생활에 바쁜 직장인(職場人)이거나 학업(學業)으로 인해 시간이 늘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고요.

 

  꼭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독서 일기는 자기가 읽은 글이나 책에 대한 감상을 두고두고 재음미하기 위해 쓰는 일기이므로,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때의 그 감동과 인상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평소에 독서 일기를 꼼꼼히 쓰는 습관을 길러 두면 우리 자신의 내면세계(內面世界)를 살찌우게 하는 데 여러 가지 면(面)에서 이롭습니다.

 

  자기 혼자만 좋은 글이나 책을 읽고 감동할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나 지인(知人)들에게 감동을 나누어 주기 위해, 가급적(可及的)이면 자기가 쓴 독서 일기를 널리 공개하도록 합시다. 사생활을 기록한 일기는 남에게 보일 수 없겠지만, 독서 일기는 남에게 보여 주어도 큰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 출처 : 졸고(拙稿 : 한림학사 ID), Daum Portal site 신지식프로젝트, 

 ‘학문 전공>인문학’, 2005-08-23 18 : 32 : 21. 내용 일부 보완(補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