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풍자

주책 부부(夫婦) 이야기

noddle0610 2006. 8. 19. 02:47

 

 주책 부부(夫婦) 이야기

 


  1(第一話)  :  ()이 너무 뜨거운가 봐

  

  강원도 어느 외딴 산골에 아들 형제만을 둔 부부가 화전(火田) 농사를 지으며 방이 한 칸밖에 없는 단칸집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아담해 보이는 초가집에서 금실 좋게 살고 있었다.

  어느 해 겨울날이었다. 해는 일찌감치 기울고 동지섣달 어둠이 찾아들자 부부는 긴긴밤에 딱히 할 일도 없는지라 오랜만에 운우지정(雲雨之情)이나 나누어 볼까 하여 서로 눈빛으로 합의를 보았으나 막상 아들 녀석들이 걸리적거리는 것이었다. 궁리궁리 끝에 촌부(村夫)는 자식 형제들을 불러 일렀다.

 

『얘들아. 방바닥이 무척 차구나, 너희들 얼른 부엌에 가서 아궁이에 장작 좀 피우고 오렴!

  

  순진한 아이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부엌으로 갔고, 부부는 재빨리 옷을 벗고 바야흐로 힘차게 방사(房事)를 시작하였다.

  부엌 아궁이 앞에서 한동안 부지깽이로 불을 지피던 형이 동생에게 넌지시 말했다.

 

 『동생아, 얼른 방에 들어가서 방바닥이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응. 알았어!

 

  동생 녀석은 자기 형이 시키는 대로 달려가 방문을 열려는데, 방안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와 잠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동생 녀석은 부리나케 몸을 돌려 부엌으로 돌아가 형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성()! 방이 너무 뜨거운가 봐. 아버지가 엄마 위에 올라가 있어.

 

 

  2(第二話)  :  꼬끼요꼬꼬댁삐약삐약!  삐약삐약!

 

  가난한 화전민(火田民) 부부(夫婦)는 금실이 너무 좋아 단칸방에 살면서도 아이들을 자그마치 열 명이나 두었다.

  해마다 아이들 숫자가 늘어갈수록, 아이들 덩치가 커갈수록 부부는 한밤중에 비좁은 방에서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누릴 때 여러 가지로 애로(隘路)가 많았다.

  바야흐로 방사(房事)를 시작할 즈음이면 아이들이 벌떼같이 일어나 소란을 피우는 통에 부부는 어둠 속에서 한숨만 폭폭 내쉬며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어느 날 저녁 나절에 부엌에서 밥을 짓는 아내에게 남편이 가까이 다가가 혹여(或如)라도 자식들이 들을세라 자그마한 목소리로 넌지시 속삭였다.

 

 『오늘 밤 우리 아이들이 잠들면, 삼경(三更) 무렵에 마당으로 나가서 수탉 울음소리를 낼 테니, 당신은 암탉 소리를 내며 헛간으로 오시오.

 『알았어요. 호호!

 

  과연 야삼경(夜三更)이 되자, 남편은 살며시 방문(房門)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 제법 그럴싸하게 수탉 울음소리를 냈다

 

 『꼬끼요!

 

  잠시 후 다시 방문이 열리며 여자가 남편에게 화답(和答)했다.

 

 『꼬꼬댁! 꼬꼬댁!

 

  부부는 어둠 속에서 한 번씩 더 계명(鷄鳴)을 흉내 내며 서로 키득키득 웃었다.

 

 『꼬끼요!

 『꼬꼬댁! 꼬꼬댁!

 

 『후후후!

 『호호홋!

 

  그러자 방문이 활짝 열리며 열 명의 아이들이 마당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삐약삐약! 삐약삐약!

 

  열 명의 아이들은 병아리 울음소리를 내며 자기 부모가 들어가 있는 헛간을 향해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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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 년 겨울 ~ 1969 년 봄 채록(採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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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자  :       

  


윗글들은 1960년대(年代) ()에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膾炙)한 우스갯소리들로서 정확한 출처(出處)는 모르겠으나 당시에 너무 재미있어서 채록(採錄)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