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풍자

요즈음 여학교(女學校) 풍경

noddle0610 2006. 7. 2. 12:20

 

      敎壇 落穗 : 실화(實話) 모음

 

요즈음 여학교(女學校) 풍경

                             

박  노  들

 

 

   * 에피소드 1 : 선생님, 헛소리하지 마셔요

 

  교무실에 고(高)1 여학생 몇이서 꽃을 사 들고 왔다. 총각 선생님 책상 꽃병에 꽂으려고 들어온 것이다. 그런 여학생들의 마음과 정성이 너무 고와 보였던지, 기혼(旣婚)이신 40대의 P선생님이 넌지시 농(弄)을 던지셨다.

  "너희들이 꽃보다 더 예쁜데 꽃은 뭐하려 사왔니?…… 너희가 바로 꽃인데!"

  그랬더니, 한 여학생이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더니 냉큼 한 마디 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헛소리하지 마셔요!"

  "……."

  부근에 있던 선생님들은 모두들 너무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에피소드 2 : 기가 막힌 동문서답(東問西答)

 

  한 선생님께서 수업 도중 계속 떠드는 고(高)1 여학생 둘이 있기에, 이름은 지칭(指稱)하지 않은 채, 몇 차례 주의(注意)를 주셨다. 그런데도 문제의 여학생 두 명은 선생님이 자기들에게 주의를 주시는 줄도 눈치 못 채고, 여전히 떠드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는 공부는 뒷전인 채 계속 떠드는 여학생 두 명 때문에 신경이 자꾸 쓰이셔서, 결국 두 명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하시고는 준엄하게 한 말씀하시고야 말았다.

  "야, 이 녀석들아! 너희는 도대체 지각(知覺)이 있는 녀석들이냐? 지각(知覺)이 없는 녀석들이냐? 엉?……"

  그랬더니, 두 녀석은 옆을 돌아보며 서로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다음과 같았다.

  "선생님!…… 우리 오늘 지각(遲刻) 안 했어요. 언제 지각했어요오?……"

 

 

   * 에피소드 3 : 교장 선생님, 여기도 휴지 떨어져 있어요

 

  어느 날, 교장 선생님께서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교내외(校內外)를 순시하시다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휴지를 눈에 띄는 대로 주워 모으셨다.

  군것질을 좋아하는 요즘 여학생들이라 건물 현관과 복도, 계단 할 것 없이 사방에 스낵(snack)류(類) 포장지를 떨어뜨리고 다녀, 일제(日帝) 시대에 교육을 받으신 교장 선생님께서는 비위에 상당히 거슬리셨지만 억지로 화를 참으시면서, 휴지와 군것질 포장지를 일일이 주워 봉지(封紙)에 담으셨다.

  그 때 마침 한 떼의 여학생들이 교장 선생님이 휴지를 줍고 계시는 옆을 참새처럼 쉴새없이 조잘거리며 지나쳐갔다. 예전 같으면 선생님이, 그것도 교장 선생님이 손수 휴지를 주워 모으시는 모습이 학생들 눈에 띄면, 학생들 모두 황송한 표정이 되어 일제히 휴지를 줍곤 하였는데, 요즈음 여고생(女高生)들은 그렇지가 않다. 그건 그렇다 치고, 교장 선생님 옆을 지나쳐가던 일행 중 깜찍스럽게 생긴 한 여학생이 뒤를 돌아보며, 제 딴에는 예쁘게 보여서 점수(點數) 딴답시고 한 마디 툭 던졌다.

  "교장 선생님, 여기도 휴지 떨어져 있어요!…… 조-기도 있구요!……"

  "……."

  평소 교장 선생님은 엄격하시고, 학생들에게 훈계를 잘 하시는 편이었지만, 이 날만은 너무 기가 막히셨는지, 아무런 말씀도 못하셨다. 며칠 지난 후, 교무실에 오셔서 선생님들에게 후일담(後日譚)으로 말씀하셨을 뿐이다.     

  이와 유사한 에피소드(episode)가 신문(新聞)에도 보도(報道)된 적이 있고, 학교 사회에서 널리 회자(膾炙)되긴 했지만 그저 누가 지어낸 우스갯소리려니 했는데, 허구(虛構)가 아닌 실제 상황임을 알게 된 선생님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해 할 수밖에 없었다.


            

   * 에피소드 4 : 잠자는 학생을 건드리면 야단맞는다

 

  예전 여학생들은 수업 도중에 살짝 조는 모습조차 귀엽고, 조신(操身)해 보였다. 밤새워 공부하느라 잠이 부족한 학생 한 두 명이 어쩌다가 선생님한테 들킬세라  몸가짐만은 바로 한 채, 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가끔씩 고개를 숙여 꾸벅꾸벅하는 모습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조는 학생도 별로 많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 여학생들은 소리쳐 깨우지 않는 한 막무가내일 정도로 책상 위에 완전히 엎드려 세상에 제일 편안한 자세로 숙면(熟眠)을 취하는 편이다. 아침 1교시부터 하루 종일, 그것도 거의 매일 학교에 낮잠을 자러 온 학생처럼 각 학급에는 단골로 수업 시간마다 조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그래서 요즘 선생님들에게는 수업 시간마다 조는 학생들을 깨우는 일이 중요(?)한 교육행위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어느 날, C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졸고 있는 한 여학생을 깨우셨다. K양은 졸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깊은 오수(午睡)에 빠져, 선생님이 몇 차례 자리에서 일어서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들은 척도 않고 문자 그대로 백일몽(白日夢)을 즐기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나신 C선생님은 K양에게 다가가셔서, 그녀를 흔들어 깨우시며 큰 소리로 나무라셨다. 그랬더니, K양은 선생님을 향해 짜증난다는 어투로 말대꾸를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학생이 엎드려 있으면……어디가 아프냐고 먼저 물어 보셔야지, 그렇게 저를 야단만 치시면 어떻게 하셔요?…… 전 지금 아프단 말예욧!……."

  K양의 목소리에는 아픈 사람치고는 유난히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버릇없다고 해서 K양을 혼내 주었겠지만, 선생님은 잠시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계실 수밖에 없었다.

  요즘 열린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삽화(揷話) 중 한 장면(場面)이었다.

          


   * 에피소드 5 : 종례 시간 풍경

 

  민(閔) 아무개 여인이 금강산(金剛山) 개방 초기(初期)에 관광하러 갔다가 북한(北韓) 측의 비위를 거스르는 언행을 하여, 호된 봉변을 당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종례 시간에 학생들이 하도 떠들어 짜증이 나신 N선생님 왈(曰),

  "너희들 종례 시간에 뭐 하는 거니?…… 종례사항을 제대로 안 들으니까, 뭐 하나 제대로 지키는 게 없지!……"

  노발대발하셨것다.

  학생들은 모두 선생님을 향해 주목하고 있었다.

  N선생님은 이왕 내친 김에 한 말씀을 더 하셨다.

  "민(閔)○○여인이 금강산(金剛山) 갈 때, 당국(當局)의 주의 사항(注意事項)을 제대로 듣지 않고 갔다가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자기도 혼이 나고, 국가에도 엄청난 손해를 입힌 거, 너희들 아니? 모르니?……"

  "……."

  "하마터면 민여인(閔女人)은 집에 돌아오지도 못할 뻔했어!……"

  모두 아무 말도 못 하고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되바라진 소리로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그래도……그 여자는 이번 일 때문에 위로금으로 천만(千萬) 원이나 받게 되었잖아요? 그게 어디예요?……"

  학생들은 모두 까르르 웃어댔다.

  N선생님은 너무 기가 막혀, 그저 쓴웃음을 지으실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어른 말씀이 합당하지 않더라도 재하자(在下者)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 했는데, 이제는 옳은 말씀에도 말대꾸를 하는 세상(世上)이 온 것이다.

  아, 옛날이여!…… 


       

   * 에피소드 6 : 저 똥 좀 싸고 오겠어요

 

  요즘 들어 교실이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소리가 부쩍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TV 고발 프로그램이나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야단야단(惹端惹端)이고, 신문에서도 기사(記事)나 사설(社說)을 통해 자못 비분강개조(悲憤慷慨調)로 학교를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금방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들을 떨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M선생님은 여전히 의연(毅然)한 태도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신다. 많은 일선 교사들이 어쩌다가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이 이렇게 되었느냐고 가슴 아파하는 와중(渦中)에서도 M선생님만은 교실 붕괴 현상을 결코 현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여전히 학생들을 성실하게 지도하시는 참스승이시다. 

  TV 고발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인가에서는 어느 여교사(女敎師)가 하도 학생들이 무질서하고 무례하며 떠들썩하여 아예 수업을 포기한 채 교실 문(門)을 나서는 흔들리는 교사상(敎師像)까지 보여 주었는데,  M선생님만은 늘 단호한 태도로 학생 지도에 임하시는 편이다. 그런 M선생님마저 요즘 세태(世態)의 변화 앞에서 겪지 않을 수 없었던 충격적 사건이 얼마 전에 고1 교실에서 일어났다.

 

  한 여학생이 선생님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얘, 너 무슨 일이니?"

  "선생님! 저 똥좀 싸고 오겠어요."

  "뭐?…… 너 지금 선생님 앞에서 뭐라고 했어?"

  "똥 싸고 오겠다고 했어요!"

  "……."

  너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상스러운 어조(語調)로 그것도 아주 태연히 선생님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말하는 어린 학생 앞에 M선생님은 잠시 동안 야단치는 것조차 잊은 채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으로 있으셔야 했다나!……

 

  어쩌나!…… 어쩌나!…… 이런 일이 교실에서 일어나다니!……

   

 

   * 에피소드 7 : 선생님 질문에 대답할 기분이 아녜요

 

  예전의 여학생들과 확연히 구분이 되는 당돌하고 버릇없는 신세대(新世代) 학생들임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 요즘 열린 교실에서 자주 일어난다.

  D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을 지명하여 방금 설명을 마친 교과(敎科) 내용에 관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랬더니, 이 학생은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선생님, 저……오늘……선생님 질문에 대답할 기분이 아녜요."

  "……."

  D선생님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학생의 대답에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화가 났지만, 억지로 자제(自制)하고 나서 한 마디 하셨다.

  "다음부터 선생님 질문에 대답할 기분이 아닌 사람은 가슴에다 전 오늘 선생님 질문에 대답할 기분이 아녜요.라고 써 붙이고들 있어!……"

  "……."  


 

   * 에피소드 8 : 선생님, 정말 궁금한 것이 있어요

 

  60줄에 접어드신 원로(元老) 여교사(女敎師) C선생님이 어느 날 가정(家政) 시간에 소의 혀를 재료로 편육(片肉)을 만드는 내용의 수업을 진지하게 진행하시던 중에 봉착(逢着)하게 된 웃지 못할 해프닝(happening)이다.

 

  수업 시작 전부터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들을 깨우랴, 처음부터 수업은 듣지도 않고 옆자리 학생들과 히히덕거리며 떠드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랴, 학생들이 앉아 있는 좌석 여러 줄 사이를 순회하며 진지한 수업 분위기 조성부터 해 놓고 수업을 진행하시는 C선생님은 이 날도 어김없이 도입 단계(導入段階) 5분여(五分餘)를 소비하고 겨우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하시게 되었다.  

  칠판(漆板)에 요리 과정에 대한 판서(板書)를 하시면서, 반듯하고 정갈하게 관련 그림까지 그려 놓고 막 설명을 하시는 도중, 돌연 어떤 학생의 질문을 받게 되셨다.

  "선생님, 질문 있어요."

  "말해 보렴."

  "있잖아요? 소 혀는 소를 죽이고 잘라내는 거예요? 아니면 산 채로 잘라내는 거예요?……"

  "……."

  "말씀해 주셔요오.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오……."

  그 순간 교실 안은 학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바다로 인해 겨우 잡아 놓은 수업 분위기가 다시 흔들리고 있었다.

  후일담(後日譚)에 의하면, 조용히 공부하던 옆 반 학생들까지도 이 교실의 소동(騷動)으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고 하니, 이 날의 소음도(騷音度)가 몇 데시벨(decibel)까지 올라갔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 에피소드 9 : 선생님 고추를 만져 보고 싶어요

 

  41일은 만우절(萬愚節)이다.

  해마다 만우절만 되면 학교 선생님들은 으레 전날부터 바싹 긴장(?)을 하게 된다. 이 날만은 연중행사(年中行事)로 전국의 고교(高校) 얄개와 얄순이들의 장난이 하루 종일 계속되기 때문이다.  교실 표시 바꿔치기 · 책상 거꾸로 돌려 놓기 · 학급 및 교실 바꿔 들어가 수업듣기 · 교실 출입문 손잡이에 아교(阿膠)풀 붙이기 · 교사용 교탁(敎師用敎卓)에 잔뜩 풀칠하기 · 교단(敎壇)에 함정 만들어 선생님 실족(失足) 유도하기 · 다른 반(班) 학생이 교실 문 노크(knock)하고 들어와 학부형이나 교장선생님이 선생님 찾으신다고 거짓 전달하기 등등(等等)…….

  요즘 들어 교실 붕괴(敎室崩壞) 현상이란 용어를 학교 현장에서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상 이 교실 붕괴 현상은 만우절에 한(限)해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온 일이므로, 엄밀히 말해 교실 붕괴 현상의 원조(元祖)는 만우절(萬愚節) 행사라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닐 것이다.

  200341일도 우리 여고생들은 결코 그냥 보내지 않았다. 3학년 자연계(自然系) 학급 교실에서 Y선생님이 겪으신 여난(女難)은 이 날 선생님들이 겪은 고초(苦楚) 중 가(可)히 백미(白眉)이다.

  Y선생님이 교실에 입실(入室)하니, 교탁 위에는 싱싱한 풋고추가 놓여 있었다.

  웬 고추인고?……

  Y선생님은 의아한 시선으로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일단 반장(班長)의 구령에 맞춰 인사를 받았다.

  선생님께 일제히 공손하게 인사를 마친 학생들은 합창(合唱)을 하듯 외쳤다.

  "선생님, 칠판(漆板) 좀 보셔요오!……"

  "뭔데?……"

  Y선생님이 학생들의 성화로 뒤돌아 칠판을 보니, 거기엔 고추 그림 옆에  (heart)표시와 함께 다음과 같은 문구(文句)가 여학생 특유의 깔끔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선생님 고추를 만져 보고 싶어요!!…………"


  여학생들은 교실이 떠나갈 만큼 책상 위를 손으로 치고 발을 구르며 까르르 웃었다.

  "덱끼, 고얀 노므 가시나들!……"

  경상도 특유의 강한 억양으로 호통을 치신 Y선생님은 나이 마흔인 노총각(老總角)이시다.

  아직 미장가(未丈家) 처지(處地)이기는 했지만, 딸 같은 10대 후반의 어린 학생들에게 일종의 집단 성희롱(?)까지 당하고 보니, 비록 웃으시긴 하였다지만 이 날 선생님은 기분이 꽤나 씁쓸하셨을 것이다.    

  

2003 4 1

                                        

출처 : 졸고(拙稿), eRoomnoddle글광, '해학과 풍자', 2005-09-24 오전 2:39:04. http://eroom.korea.com/nod_157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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