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 풍경

쐐기집

noddle0610 2007. 5. 19. 01:53

 

 

 

(斷想) 

 

 

 

 

   누에가 성숙(成熟)하면

 

   실을 토해

   제 몸을 감싸며

 

   예쁘고 하얀 집을

   짓는 게

 

   너무도 부러웠다.

 

   부잣집 사람들처럼

   덩그렇게 근사(近似)한 집을

 

   마련할 수는 없었지만

 

   못된 짐승들로부터

   내 분신(分身)을 지켜 내려는

 

   간절한 모성(母性)만으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결국엔 내 아기의 집을

   앙증스레 지을 수 있었다.

 

   누에고치보다

   너무 작고

 

   그보다 볼품은 없지만

 

   삭풍(朔風)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끄떡없이 견고한

 

   내 아기의 집이다.

 

   강남(江南) 노른자위 땅에

   지은 집은 아니지만

 

   본디 번잡을 싫어하므로

   아쉬운 건 없다.

 

   창문(窓門)조차 

   없는 집이지만

 

   어느 날 세상 속으로

   나가기 전에

 

   긴 잠을 자야 하므로

   답답할 것도 없다.

 

   그 어느 날

   긴 잠에서 깨어나면

 

   기지개를 켜기 무섭게

   구멍을 뻥 뚫고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리라.

 

   여름이 오면

 

   풀벌레 노래 소리

   크게 들리는 곳으로 날아가

 

   지극히 짧은

   벌레의 삶이지만

 

   푸르고 싱싱한

   이파리만 골라

 

   그곳에서

 

   인생(人生) 칠십 년 못지않게

   살아 갈 것이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

 

 

2007518

 

박 노 들.

 

 

우리 집 마당 장독대 앞에 소정원(小庭園)을 꾸며 놓았는데, 부러진 나뭇가지에 쐐기고치, 일명(一名)쐐기집이 앙증스럽게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띄어 참 반가웠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성장했는데, 저희는 그때쐐기고치를 화롯불에 익혀 노랗게 구워진쐐기(애벌레)를 꺼내 먹기도 했습니다. 우리 어릴 때는 모두 엽기적(獵奇的)인 식성(食性)들을 지녔던 성싶습니다. 황토흙집 벽()을 손톱으로 긁어내어 진흙가루를 혀끝으로 핥아먹었는가 하면, 아직 여물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병이 든 보리 이삭, 즉 시커먼 보리깜부기까지도 맛있다며 먹었으니까요.^^*  여하튼 서울에 유학(遊學) 온 이후로는 두 번 다시 구경이라곤 못 해 본쐐기집을 우리 집 마당 한구석에서 발견하니까 몹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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