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유록(交遊錄)

사십 년 지기(四十年知己)의 정년 퇴임

noddle0610 2010. 9. 10. 17:41

 

 

 

 

사십 년 지기(四十年知己)의 정년 퇴임

 

- 송공사(頌功辭) -

 

 

  

 

오늘 날짜를 일기(一期)로

 

삼십칠 년(三十七年)의

교육 대장정(敎育大長征)을 마무리한

 

김창묵(金昌默) 군(君)!

 

나의 대학교 동창(同窓)이자

사십여 년 지기(知己)

 

절친(切親)이여!

 

수고하셨네.

정말 애쓰셨네.

 

지금부터

칠 년 전(七年前)

 

건강상 이유로

 

삼십일 년(三十一年) 만에

명예 퇴직을 해야 했던

 

이 몸은

 

오늘 내 친구들 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년 퇴직을 한

우리 김선생이

 

한없이 부러우이.

자랑스러우이.

 

로마(Rome)의 장군(將軍)은

전투(戰鬪)를 마치고

 

전장(戰場)에서 돌아올 때

 

황금마차(黃金馬車)를 타고

개선(凱旋)의 행진을 하였고,

 

미합중국(美合衆國) 최고의 명장(名將)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元帥)는

 

오십여 년의 군대생활을

청산(淸算)할 때

 

수십 만 인파(人波)의 환영 속에

퍼레이드를 벌였으며,

 

미국 국회의사당(國會議事堂)에서

전세계(全世界)에 중계방송 되는 가운데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라는

명언(名言)을 남기면서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마무리했다지.

 

오늘 평교사(平敎師)로서

 

서른일곱 해의

교직생활(敎職生活)을 마감한

 

자네는

 

황금마차의 행진도

수십 만 인파의 환호도 없었지만

 

자네를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는

영부인(令夫人)과

 

두 아들 그리고

며느님은 물론이요

 

친인척 어르신들과

초중고등학교 동창들,

 

자네가 이십 대(二十代) 홍안(紅顔)의 나이로

교단(敎壇)에서 맨 처음 가르쳤던

 

남녀 제자들까지

기꺼이 달려와

 

그 어떤 영웅(英雄)을 기리는 자리보다

더 뜨겁고 진한 가슴으로

 

자네에게 박수를 쳤네.

 

헨리 반 다이크 선생의

『무명교사 예찬사(禮讚辭)』에 나오는

 

청빈(淸貧)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安住)하며

 

온갖 유혹을 떨친 채

교단을 굳건히 지킨

 

무명교사 김창묵 선생

그대를

 

나는

 

진실로

진실로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네.

 

1940년대 후반에

경기도 문산(汶山)에서 태어나

 

서울에 유학(遊學)해

 

대학교(大學校)에서

국어국문학(國語國文學)을 전공하고,

 

1970년대 초반

 

시골 중학교(中學校)에서

국어(國語) 과목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래(以來)

 

삼십칠 년 긴긴 세월을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이 나라의 이세 교육(二世敎育)에만

전념해 온 자네야말로

 

그 어떤 고위층 공직자(公職者)

못지않게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헌신(獻身)한

 

진짜진짜

국가 유공자(國家有功者)이시네.

 

대한민국(大韓民國) 정부(政府)가

정식으로 출범하던 무렵에 태어나

 

1공화국 시절에

국민학교를 다니고

 

2공화국 시절과

3공화국 시절에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

 

우리는

 

4공화국

이른바 유신(維新) 시절 초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5공화국

6공화국

 

문민정부(文民政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參與政府) 시절에

이르기까지

 

온갖 정치적 격변을

목격하면서도

 

의연(毅然)히

 

우리가 맡은 직업을

천직(天職)이려니 여기며

 

순명(順命)하였네.

 

과로(過勞) 때문에

건강을 해친

 

이 몸은

 

일찌감치

참여정부 시절에

 

삼십일 년의 직장생활을

 

명예퇴직으로

아쉽게 마감했지만,

 

심지(心志) 굳은

우리 김창묵 선생은

 

대학교 동기생(同期生) 중

유일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재직 중(在職中)에

 

환갑(還甲) 진갑(進甲)

다 치르고

 

오늘 드디어

 

정년 퇴임을

자랑스러이 맞으셨네.

 

사십여 년 지기(知己)

김창묵 선생이여!

 

지난날들을

 

아쉬운 마음으로

자꾸 되돌아 보지 마시게.

 

그대가 이 나라 교육계에

몸 바친 삼십칠 년은

 

한 마디로 말해

장엄한 행진이셨네.

 

오늘 자네 퇴임식에

참석하여

 

성황(盛況)을 이룬

자네의 옛날 제자들,

 

특히나 이제는

자네와 함께 늙어가는

 

오십 대(五十代) 초로(初老)의

남녀 제자들을 보면서

 

이 몸은

 

김창묵 선생이

어떤 선생님이셨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네.

 

역대(歷代) 전직(前職) 대통령께옵서

청와대(靑瓦臺)를 물러나실 때

 

본관(本館) 건물 앞길에서부터

정문(正門) 앞길에 이르기까지

 

길게 도열(堵列)해 늘어선 채

 

의례적(儀禮的)인

박수를 메마르게 치는

 

직원(職員)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 나가는 모습보다

 

오늘 우리 김선생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네.

 

자네는

 

황금마차의 행진도

수십 만 인파의 환호도 없었지만

 

마침내 외길 인생

완주(完走)해 냈으니

 

자네야말로

진정한 승리자이자

 

무관(無冠)의 제왕(帝王)이시네.

 

의학(醫學)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겐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수많은 날들이 

남아 있네.

 

그 동안 직장생활 때문에

못다 한 일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못다 편 옛 꿈을

이루도록

 

노력하시게나.

 

소소(小小)한 일들일랑

장성한 두 아드님에게

 

다 맡겨 버리고 말일세.

 

오늘 내 친구들 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년 퇴직을 한

자네가

 

몹시

부럽네.

 

자네를 사랑하네.

 

 

2010 년 8 월 23 일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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