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그간 안녕하셨는가 ━ 제비 군(君)에게 ━
엊그제 오후에 산책하기 위해 외출했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산책은 못했지만, 그대신 우리 동네 가까이 사는 지인(知人)을 불러내어 함께 지하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 구내(構內)에 있는 'CGV극장'에 가서 영화를 한 편 관람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네.
그런데 귀가하고 보니,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자네한테서 전화가 왔었다고 하더군그래.
나는 이번 겨울이 너무 추워 그 동안 야외운동(野外運動)을 거의 못했네. 그래서 매일 산책을 하기 위해 우리 집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찬바람의 강도가 너무 세면 그냥 집으로 돌아와 집안 마루에서 한 시간 정도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약식(略式)으로 유산소운동(有酸素運動)을 한다네.
2006년 1월 24일날도 바로 요즘처럼 무섭게 추웠는데, 그때 거리에 나갔다가 남영동(南營洞)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었다가 살아난 지 올해로 벌써 만(滿) 7년이 되었네. 그래서 나를 담당하시는 의사 선생님은 영하 3도 이하 날씨엔 외출하지 말라고 했는데, 올해는 거의 매일 영하 10도 안팎의 기온이라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다가 하필(何必) 자네가 전화한 엊그젯날 갑갑증을 못 이겨 오랜만에 외출했던 것이네. 그러나 결국 날씨 때문에 산책은 중도에서 포기하고 영화구경만 하고 밤늦게 귀가하느라 유감스럽게도 자네와 통화를 못하고 말았네.
이런저런 사연을 자네에게 전화로는 정확하게 전하기 힘들 것 같아 이렇게 Mail로 우선 말하는 것이니, 우리 자세한 사연은 나중에 만나서 나누기로 하세.
그건 그렇고…….
자네도 요새처럼 추운 겨울 날씨엔 외출을 삼가시게나. 그리고 항상 건강 유의하시게나.
그러지 않아도 날씨가 좀 풀리면 자네한테 전화하려고 했었네.
광화문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던데, 자네와 그것도 함께 구경하고, 또 작년에 개관한 종로의 ‘육주비전(六注比廛) 박물관’도 함께 보고 싶어서네. 서대문 서울고등학교 자리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까지 마저 다 보려면 아마 하루가 더 걸릴지도 모르네.
새로 문을 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전시물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자네도 기억하는 ‘시발택시(始發 taxi)’라는데, 우리 그 파아란 하늘색 시발택시 앞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 한 컷(Cut) 찍어 보세나.^^*
평소 자네를 그리워하면서도 내가 몸이 여의치 못해 만나지 못하니 미안하고 미안할 뿐이네. 함께 멀리 구경을 다니고 싶어도 자동차를 탈 수 없는 징크스(jinks)가 생겼고, 가까운 시내 중심지마저 요새는 날씨 때문에 나갈 수 없으니, 그저 자네한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네.
2월 하순이나 3월에 날씨가 순조로워지고 내 컨디션이 정상일 때 자네한테 전화하겠네.
자, 그럼 자네와 자네의 영부인(令夫人) 모두 계사년(癸巳年)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고 복되기를 기원하며 오늘은 여기서 사연을 맺으려네. 안녕!
2013 년 1 월 28 일 저녁
자네의 영원한 친구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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