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유록(交遊錄)

시조(時調) ‘벌초(伐草)하는 날’을 읽고서

noddle0610 2013. 9. 5. 23:50

 

 

 

 

시조(時調) ‘벌초(伐草)하는 날을 읽고서

 

 

 

 

 

 

  보낸 사람 : 김영욱(halfgom)

  받는 사람 : 박노들(noddle)

  보낸 날짜 : 2013 9 05 목요일, 08 57 34 +0900

  메일 제목 : 시조(時調) '벌초(伐草)하는 날'을 읽고서

 


    

  나도 일터에 있을 때는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가 한 삼 년 전부터 부산으로 울산으로 벌초를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추석 차례는 교통편 문제로 그냥 과천(果川)에 있다 보니 자연 노들님 생각과 비슷한 감회가 납니다.

 

  해마다 벌초꾼들은 줄어들고 선산도 자세히 보아야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봉분도 허물어지니 제초기로 대강 처삼촌(妻三寸) 무덤 벌초 하듯이 하고 내려와서 점심 한 그릇 먹고 잠시 이야기 하다가 각기 부산으로 경주로 그렇게 돌아갑니다. 나도 벌초 연령으로 보아 상객(上客)이 되어 나이에 따른 대접을 받기는 하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대개 벌초꾼들이 팔촌 항렬에 구촌 조카뻘이니 이제는 각기 자기 증조부 중심으로 나뉘어야 할 것 같은데, 몇 분 재당숙되는 이가 아직 참여하니 문중에서 아무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집안의 선산은 선산이랄 것조차 안되지만 울산 무룡산 동대산 약 8부 능선에 한 이십 여기가 있어 팀을 나누어 오전에 작업을 마칩니다.

 

  남의 집 벌초 이야기 길게 할 것은 없지만 옛날에 조부님이 살아계실 때 한번 따라간 기억을 되살려 울산 송정저수지에서 무룡산 깨발골로 가는 옛 기억을 되살려 깨발골로 가는 벌초꾼을 만나러 혼자 가다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원체 숲이 우거져 아주 애를 먹고 가까스로 이쪽 벌초꾼을 만나 무사히 돌아왔기에 나의 만용에 혼자 웃어야 할지 아니면 이제 산 타는 것도 조심하여야 할지 생각 중입니다.

 

  듣기에 몸이 좋지 않아 인제(麟蹄) 신남(新南)의 벌초에도 참석하지 못하였다니 노들님의 고향 사랑과 조상에 대한 예의를 높이 살만한데 대강 짐작이 갑니다.

 

  이제 나도 옛날의 내가 아니고 좀 움직이면 허리하며 다리에 근육통이 오니, 가는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가 봅니다. 이제 멀지 않아 추석이 다가오는데 나이가 들수록 오는 명절이 더 심란하고, 옛날의 시인묵객들이 중국의 중양절을 전후하여 왜 많은 시를 지었는가 이해가 됩니다. 우야튼 조상이 준 뼈 마디에 육신을 그런대로 건사하여 당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그런 노후가 되었으면 하는데 이것이 마음먹은 대로 될지 의문(疑問)이고 내가 노들님에게 이렇게 편한 소리를 하니 미안하기도 합니다.

 

  우야튼 가끔 음신(音信)으로나마 근황(近況)을 접하고 그렇게 숨 쉬고 삽시다. 각자 나름의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어찌 세세(細細)하게 다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휘영청 밝은 달에게 조그마한 소원이나 빌며 올 해 추석도 청계산(淸溪山)에 올라 두보(杜甫)의 <등고(登高)>나 끄집어내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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