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시(憂國詩)

1968년 한강(漢江)

noddle0610 2000. 8. 15. 00:54

 

 

 

 

1968년 한강 (漢江)

    

 

 

  

 

1

 

도도(滔滔)하게 흐르는 넌

 

애초

산하(山河)가 틀 지어졌을 때부터

 

곧잘 흐르다가

 

특히나

한 오백 년간(五百年間)

 

흰옷 입은 백성과 정(情)도 들었것다

물결마저 드높았다.

 

 

저 소복(素服) 입은 여인네의

한숨 소리,

 

 

저 장죽(長竹)을 입에 문

영감님의 탄식 소리에

 

잔 물결 짓다가도

 

네 속에

용해(溶解) 되어가는

 

상감(上監)마마, 곤전(坤殿)마마

대감마님의 분비물 쏟아지는 소리에

 

차라리 쾌감을 느꼈던 것 같애! 

 

 

2

 

고구려(高句麗)는 너를 사랑하고

온달(溫達)은 너 땜에 피를 토했으며

 

신라(新羅)는 너를 품고

북한산(北漢山) 꼭대기, 맨 위에다

 

『왔노라. 봤노라. 이겼노라』

(碑)까지 세웠더라.

 

 

3

 

이씨(李氏)가 계룡산(鷄龍山)을 택하지 않음은

정씨(鄭氏)가 계룡산을 못 택하고 있음은

 

너처럼

도도치 못하고

 

너처럼

 

귀(貴)한 분네 

배설물 처리에  

 

적당치 않아

 

젖줄기 따라

꿀 줄기 따라

 

언덕을 넘어

왕십리(往十里), 왕백리(往百里)

 

너를 품으랴

 

헤매고

다닌 탓이고,

 

숱한 역적(逆賊) 놈들

모다 너 땜에 피 흘렸나니

 

이괄(李适)의 꿈이

바로 네 옆에서 꽹과리를 울릴 줄이야

 

그리도 권세(權勢)가 좋을 줄이야

 

넌 정말

별꼴을 다 보았구나.

 

『이괄(李适)이 꽹괄!

장만(張晩)이 볼만!

 

자점(自點)이 점점!……

 

 

4

 

네 옆에선 지금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른다.

 

노들강변, 넓은 들녘에

우뚝우뚝 선 공장 굴뚝들

 

저 상류에 드문드문 있는

발전소(發電所)와

 

적당한 조화(調和)를 이루어 가며

네 곁에선 지금 연기가 자옥이 피어오른다.

 

온조군(溫祚君)도 미처 몰랐을

당신(當身)의 도읍터,

 

네가 자꾸 탈바꿈할 때

이제도 그이 꿈이 또 부서지랴

 

한 번

두 번

……

 

거듭 다그쳐

다짐하건만,

 

네게서 모락모락 풍기는 연기와

네게서 발산하는 전기(電氣)불빛에

 

미혹(迷惑)된

 

홍건(紅巾) 쓴

무리들이

 

너에게 군침을 흘리나니

 

, 너는

언제까지 도도할 셈이냐?

 

차라리 붉은 마수(魔手)를

용해(溶解)시켜 버리려무나!

 

 

5

 

흡사(恰似) 

 

수레바퀴 구르는 소리 비슷한

물결소리를 내며

 

불안(不安)하고

부단(不斷)하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근대화(近代化) 바람이

 

너를 그럴싸하게

포장(包裝)해도

 

어느 해 사월(四月)

아무개가 밀려나가듯

 

어느 해 오월(五月)

모씨(某氏)가 집권(執權)하듯

 

아이, 어느 해 유월(六月)

네가 검붉게 출렁거리듯

 

두 번 다시 크게 일렁거릴까 봐

 

불안한 물결소리를 내며

끝없이 부단(不斷)하다.

 

 

6

 

아무려나 넌

귀한 분네 분비물 쏟아지는 소리에

 

쾌감을 느낄

그런 나이가 지났다.

 

목멱(木覓)과 관악(冠岳) 사이를

꿰뚫던

 

그 태초(太初)의 힘으로

 

네 옆에

뻗어나가는

 

망치 소리

기적(汽笛) 소리

………………

불도저 소리에

 

영감님들의 주름살을

활짝 펴 줄

 

이십 세기(二十世紀)를

숨 가쁘게 살고 있다.

 

 

7

 

네가 이제

 

배달겨레의 합창(合唱)으로 들려오는

행진곡(行進曲)에 맞추어

 

물줄기 더욱 힘차게

흐르는 날

 

네 들러리 근대화(近代化)가

 

코티분(粉)만 바를 건가

을 고쳐 줄 건가는

 

너 혼자만 알 일이다.

 

 

8

 

그나저나

도도하기 짝이 없는 너는

 

애초 산하(山河)가

틀 지어졌을 때부터

 

곧잘 흐르다가

 

특히나

한 오백 년간

 

기세 좋게 흐르던

그 흐름을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굽이굽이  

흐르리니.

 

, 아! 한강(漢江)

그대, 그대여!……

 

 

1968 년 8 월 1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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