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조

귤(橘)과 오렌지 ━ 어버이날에 ━

noddle0610 2012. 5. 8. 22:00

 

 

 

 

   <창작 시조>  

()과 오렌지

━ 어버이날에

 

 

  

 

밀감(蜜柑)을 볼 때마다 할아버지 보고프다. 

시장(市場)에 갈 때마다 오렌지도 눈에 띄면

애처럼 좋아하시던 할아버님 그리워!……

 

감귤(柑橘)과 오렌지가 귀했던 오십 년 전

청상(靑孀)의 몸이시자 효부(孝婦)셨던 어머니는

며칠씩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찾으셨다. 

 

어머님 할아버님 두 분 모두 여의오니

외래종(外來種과일들이 사철마다 지천(至賤)이다.

슬카장 사고 싶어도 이젠 소용 없건만!……

 

 

 

 

 

 

 

 

어버이날, 베트남(Vietnam : 越南) 쌈 구이 & 샤브집에 가서 제 자식놈들에게서 푸짐하게 저녁 식사 대접을 받았습니다. 후식(後食)으로 과일을 먹다가 불현듯이 십수 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님과 어머니가 생각나 우리 집 식구들 몰래 눈물을 흘렸습니다.

1950~60년대의 우리나라엔 드물었던 귤()과 오렌지(orange)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저희 집 할아버님, 그런 시아버님께 사다 드리고자 서울에 오실 때마다 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경동시장등지(等地)를 돌아다니시며 미군부대(美軍部隊) 피엑스(PX)를 통해 흘러나온 귤이나 오렌지를 구하시느라 애쓰시던 저의 어머님이 생각났습니다. 이젠 제주도에서 귤이 생산되고 이른바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칠레(Chile) 같은 나라에서 오렌지가 대량(大量)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되곤 하는데, 이미 저희 집 어르신들은 이 세상에 안 계시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거니와 저희 할아버님은 조선 왕조 말엽에 강원도에서는 손꼽아 주는 호족(豪族) 양반 가문(兩班家門)의 막내아드님으로 태어나셨답니다. 저희 고조부(高祖父)님이 정삼품(正三品) 당상관(堂上官) 통정대부(通政大夫) 벼슬을 거치셨지만 나라가 기울자 궁벽한 두메산골 마을에 은거(隱居)하셨으며, 1945년 해방 후에 토지 개혁을 당해 가세(家勢)가 결정적으로 기울긴 했지만 본디 정삼품 벼슬을 하신 분의 손자로서 유복(裕福)한 환경에서 성장하신 저희 친할아버님께옵선 젊은 시절에 이미 개화(開化)에 눈뜨셔서 커피(coffee)도 맛보신 바 있고, 우리나라엔 드문 감귤과 오렌지를 남들보다 먼저 맛보셨기에 이국적(異國的)인 그 독특한 맛을 항상 잊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이래서 그러잖아도 효성(孝誠)이 지극하신 저희 어머니께옵선 서울에 유학(遊學)하고 있던 아들 녀석을 보러 상경(上京)하실 때마다 미군부대 PX에서 흘러나온 외국산(外國産) 과일들을 어렵사리 구해다 당신(當身)의 시아버님께 바치셨던 것입니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어버이날을 맞이해 제 자식놈들에게서 푸짐하게 저녁 식사 대접을 받으니, 이미 수십 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님과 어머니가 자꾸 생각나, 결국 저는 우리 집 식구들 몰래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2012 5  8   

       

 

 

 

40701

 

 

'창작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집 보물(寶物)단지  (0) 2013.07.08
내 아내는   (0) 2012.06.28
황국(黃菊)  (0) 2010.12.10
4월은 간다  (0) 2010.04.30
친척(親戚)  (0) 200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