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조

망부가(亡夫歌)

noddle0610 2014. 2. 18. 00:23

 

 

 

 

 

 

 

     [창작 시조]

 

 

망부가(亡夫歌)

 

— 7년째 거실(居室)에서 남편의 주검과 함께    

지내 온 어느 중년 여인의 엘레지(elegie) 

 

생전(生前)과 다름없이 일곱 해 세월 동안

당신과 함께해서 내 나름은 행복해요.

세상이 뭐라 하여도 후회 따윈 안 해요.

 

세상 눈 개의(介意)치 않고 내 님을 모셨기에

철창(鐵窓)에 가두어도 두렵진 않사와요.

정든 님 넋은 떠나도 육신(肉身)은 못 보내요.

 

주검이 제아무리 차갑고 비정(非情)해도

우리들 질긴 사랑 끊어 놓친 못 하리라.

즈믄 해 세월 흘러도 내 님은 못 보내요.

 

2014 2 월 13 일

 

박 노 들.

 

 

 

 

 

 

즈믄 해 : 천 년(千年)의 옛말[古語].

 

 

 

 

 

 

 

얼마 전 서울 방배동(方背洞)에서 남편의 미라(mirra)와 함께 7 년 동안 동거(同居)해 온 어느 여인에 관한 엽기적(獵奇的)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텔레비전을 비롯한 모든 매스컴(mass communication)을 시끌벅적하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특정 종교에 너무 독실(篤實)하게 빠져든 나머지 남편의 주검을 인정치 않은 채 자녀들과 함께 남편의 부활을 굳게 기다리며 살아온 어느 중년 여인의 애달픈 사연(事緣), 저는 무조건 그녀를 비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미라(mirra)로 변해 버린 남편의 시신(屍身)과 7 년 동안 동거한 그녀의 엽기적 행적(行跡)과 왜곡(歪曲)된 신앙 행위 전반에 걸쳐서 100 퍼센트(percent) 공감(共感)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묘소(墓所) 옆에 움막을 짓고 거기서 삼년상(三年喪)이 끝날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시묘(侍墓) 살이를 했던 조상님들의 고사(故事)가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려지면서, 요즘같이 쉽게 헤어지고 빨리 잊는 세상에 남편의 시신을 시묘 살이 3 년보다 훨씬 더 긴 무려 7 년 세월 동안을 곁에 두고 모신 그 여인의 눈물겨운 사랑 앞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옛날의 열녀(烈女)들은 이른바 일부종사(一夫從事) 불경이부(不更二夫)라는 강요된 이데올로기(ideologie)에 의해 꼽히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이번 방배동(方背洞) 여인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잠시나마 방배동(方背洞) 여인의 입장이 되어 그녀의 심경을 연시조(時調) 3 ()에다가 오롯이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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