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랑

경복궁 동십자각(東十字閣) 앞에서

noddle0610 2018. 6. 29. 23:30










         『Photo & 수상(隨想)


경복궁 동십자각(東十字閣) 앞에서


 

궁성(宮城) 한옆을 지키는

망루(望樓)는 늘 외롭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거나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홀로 높이 우뚝 선 채

좌우를 다 보살펴야

제 구실을 다 할 수 있기에

망루는 늘 외롭다.

 

예전에

광화문(光化門) 오른편엔

동십자각(東十字閣),

광화문(光化門) 왼편엔

서십자각(西十字閣)이 있었것다.

 

그 시절에도

동십자각은

 

광화문을 깨트리려고

호시탐탐(虎視眈眈)

기회를 노리는

역적(逆賊) 패거리들과


국경(國境) 너머

북녘 오랑캐들,

 

바다 건너

왜구(倭寇)들로부터

 

경복궁(景福宮) 동쪽을

철통(鐵桶)같이 지켜야 하기에

 

매한가지로

막중한 임무에 짓눌린 채

경복궁 서쪽을 지켜 내던

서십자각과는

 

정분(情分)도 변변히

나누지 못했다.

 

그래도 동서(東西) 양쪽의

십자각(十字閣)

마음속으로 서로를

든든히 여기며

 

가끔씩 광화문 뒤통수 너머로

은애(恩愛)의 눈길을

주고받곤 했으리라.

 

이징옥(李澄玉)의 난()

이시애(李施愛)의 난()

…… ……

삼포왜란(三浦倭亂)

임꺽정(林巨正)의 난()

 

온 나라가 비상(非常)이 걸렸을 때,

 

계유정난(癸酉靖難)

중종반정(中宗反正)

경복궁이 범궐(犯闕)을 당하고,

 

임진왜란(壬辰倭亂)

경복궁이

온통 분탕(焚蕩)질을 당할 때도


동서(東西) 양쪽의

십자각(十字閣)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자기 자리를 지켜 냈었다.

 

근세(近世)에 이르러

서쪽 십자각이

왜놈들 총독부(總督府)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동쪽 십자각이

홀아비처럼 청승스레

홀로 남기 직전(直前)까지

 

두 십자각은 마치

한 쌍()의 원앙(鴛鴦)인 양

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으로 굳건히

서로 의지했으리라.

 

두 십자각 사이

정중앙(正中央)에 자리 잡고 있던

조선(朝鮮)의 상징

광화문마저

 

왜놈들 때문에

한 동안 자취를

감춘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 홀로 남은

동쪽 십자각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추레한 모습이었다.

 

이제

잃었던 나라를 되찾고


한동안 사라졌던

광화문도 제자리에

되세워졌건만

 

오늘도 여전히

경복궁 동녘을 지키는

동십자각은

 

자기 홀로 우뚝 솟은 채

예전의 영광을 그리며

외로워하고 있다.

 

시방(時方)

동십자각 망루는

 

광화문 문루(門樓)에서부터

곧바로 시작한 궁궐 담장이

예전처럼 자기에게

팔 한쪽을 내밀듯이

길게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뛰뛰빵빵 오가는

자동차(自動車) 물결에

수족(手足)과 같던

담장을 잃은 채

 

부지세월(不知歲月)

괴로워하고 있다.

 

동십자각의 또 다른 한쪽을

잇고 있던 담장은

본디 경복궁 동쪽 건춘문(建春門)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왜놈들 총독부(總督府) 건물이 세워질 때

싹둑 끊겨 버렸다.

 

이러구러 세월이 흘렀건만

경복궁 동십자각은

오늘도

 

붕붕붕 클랙슨(klaxon) 소리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느라

 

일찍이 왜놈들한테 잃어버린

두 팔을 되찾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무려 오백 년 동안

그 위엄이

서슬처럼 푸르던

동십자각 망루는

 

경복궁 오른쪽 담장 모퉁이를

본래 모습 그대로

온전(穩全)하게 차지하고 있어야 옳건만

 

지금은 양쪽 팔에 해당하는

담장이 다 끊긴 채

자동찻길 한복판에

임자 없는 섬처럼

내동댕이쳐진 신세(身世).

 

현재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저 동십자각은

 

경복궁 서쪽 모퉁이

고궁박물관(故宮博物館) 근처에 있었을

서쪽 십자각의 위용(威容)을 그리며

 

그 서십자각이

광화문처럼 되세워질 날을 기다린다.

 

그 옛날 영광스러웠던 시절에

광화문 뒤통수 너머로

내금위장(內禁衛將) 나으리 몰래

서로 정분(情分)을 나누었던 것처럼

그런 날이 또다시 오기를 꿈꾼다.


광화문 오른쪽을

한 오백 년 동안 지켜 낸

동십자각은


옛 왕조(王朝) 시절

근정전(勤政殿)이나 경회루(慶會樓)가 누린

영화(榮華)는 못 누렸지만

 

은근과 끈기의 근성으로   

아직껏 용케 살아남았다.

 

큰 상()은 못 받더라도

십자각의 잃어버린 양쪽 팔만은

당장 되찾고 싶어한다.

 

동십자각의 좌우(左右)

앞뒤를 오가는 자동찻길을

멀찍이 물러나게 하고 

 

양쪽에 잘린 담장을 복원해

원래 모습을 되찾아 주면

 

광화문과 건춘문은

생기(生氣)가 넘쳐

더욱 외연(巍然)히 돋보이련만!

 

만약에

만약에

 

경복궁 서쪽 모퉁이

고궁박물관 근처,

 

지하철(地下鐵) 3호선 경복궁역(景福宮驛)

5번 출구(出口) 쯤에

 

서쪽 십자각을 복원해 광화문까지

대궐(大闕담장을 잇는다면

 

광화문은 오른쪽엔 동십자각

왼쪽엔 서십자각이 이어져

 

좌우에 날개를 단 듯이

그 위용이 아주 대단하리라.

 

저 중국 베이징(北京)

천안문(天安門) 못지않게

광화문의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모습은

 

두고두고 우리 배달겨레의

사랑을 받으리라.

 

오호, 겨레여!

 

광화문을 한가운데 두고

담장으로 길게 이어진

동십자각과 서십자각의 복원된 모습을

한번 상상(想像)해 보시라.

 

만약에

만약에

 

그런 날이 실제 다가오면


우리 모두 

광화문 광장(廣場)에 모여들어


우리 조상들이 남겨 주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文化遺産

경복궁의 완벽한 복원을 기리며


남녀노소 구별 없이

손에 손을 잡고

경복궁타령(景福宮打令)에 발맞춰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련만!……



2018 6 27일(수요일) 오후에

동십자각(東十字閣)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