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이용악(李庸岳)의 ‘오랑캐꽃’ 감상

noddle0610 2006. 1. 23. 02:21

 이용악(李庸岳)오랑캐꽃’ 감상

                                                               박    노    들    

                  

오랑캐 꽃  [전문(全文)]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아왔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띠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 출전(出典) : 시집오랑캐꽃, 1947


  ▶ 시어(詩語) 풀이 : 


      ① 도래샘 : 도래는 함경북도 방언(方言)으로 도랑.

                   도랑가에 저절로 샘이 솟아 흐르게 하는 우물.


      ② 오랑캐꽃 : 이칭(異稱) 제비꽃, 병아리꽃, 씨름꽃, 봉기풀(함경도),

                   장수꽃(강원도)


      ③ 돌가마 :  돌로 만든 가마.  숯, 기와, 벽돌, 질그릇 등을 구워내는,

                   돌로 만든 아궁이와 굴뚝이 있는 시설.


      ④ 털메투리 : 짐승 털로 삼은(만든) 신(신발)


  ▶ 시의 성격 : 민족적, 독백적, 낭만적


  ▶ 표현상 특색 :


   ① 전통적인 서정적 독백 형식서사적 표현 방식 〓 혼용(混用)

   ② 대상물(對象物) 오랑캐꽃의인화(擬人化)

   ③ 간접화법 종결어미 갔단다’+‘흘러갔나〓시간 경과 표현

   ④ 유사 어휘 반복 사용

   ⑤ 각운(脚韻)의 운율 : 갔단다(제 1 연 각운)+‘오랑캐꽃(제 3 연 각운)


  ▶ 시의 구성 :


    제 1 연 : 고려 장군 군대에 쫓겨간 오랑캐

    제 2 연 : 세월이 흐르고 흘러감

    제 3 연 : 오랑캐꽃에 대한 동병상련의 연민과 슬픔의 정서  


  ▶ 제재 : 오랑캐 꽃


  ▶ 주제 :


    ① 유랑민(流浪民)들의 비극적인 삶과 비애.

    ② 정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유랑민들의 비극적인 삶과 비애

    ③ 국경을 넘어 유랑을 떠나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 수난과 비애

 

 

감상 & 해설 :

 

  오랑캐꽃은 사실 알고 보면 오랑캐의 혈통이나 풍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야생화(野生花)이지만, 그 뒷모습이 머리채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 유사해 우리 민족이 그 꽃 이름을 오랑캐꽃이라 붙였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 민족 중 상당수가 왜놈의 탄압을 피해 유랑민이 되어 국경선에 흐르는 강을 건너 옛날 오랑캐 땅으로 쫓겨 가 살게 되었는데, 함경북도 경성 출신인 이용악(李庸岳) 시인(詩人)은 길가에 핀 오랑캐꽃을 보고, 마치 고려 때 우리 나라 북쪽 땅에 정착해 살던 여진족(女眞族)들이 윤관(尹瓘) 장군을 비롯한 고려 장군들에 의해 강(江) 건너로 쫓겨가는 모습을 떠올리며[연상(聯想)],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옛날 여진족 오랑캐들이 오래 정들어 살고 있던 함경도 땅에서 쫓겨가듯이 우리 민족 또한 이 땅에서 쫓겨나 유랑민(流浪民)의 신세가 되어 만주(滿洲) 땅으로 가게 된 처지를 몹시 슬퍼하고 있습니다.


   울어 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3마지막 행(行)]


  당면(當面)한 처지를 마음놓고 하소연할 대상(對象)이 없어서 하필이면 의인화(擬人化)한 대상물(對象物) 오랑캐꽃앞에서 소리 없이 호곡(號哭)하였을 이 시인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분과 한 핏줄인 우리 또한 이 시의 화자(話者)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제1연에 나오는 시어(詩語) 오랑캐는 우리 민족에게 쫓겨난 북방(北方) 오랑캐를 뜻하는 것이지만, 제 3 연에 보이는 오랑캐꽃은 사람이 아닌 꽃(식물) 자체를 나타내는 시어(詩語)로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힘없는 우리 민족의 상황을 비유하는 이미지로 형상화(形象化)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에서의오랑캐꽃은 고려 시대(高麗時代)와 일제 치하(日帝治下)의 시공(時空)을 넘나들며, 약(弱)한 자(者) 내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유랑민을 연상(聯想)하게 하는 매개체(媒介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놈들의 등쌀을 피해 이 땅을 떠나가야 하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 운명과 비애(悲哀)를 직정적(直情的)으로 토로(吐露)하기가 힘들었던 일제 치하(日帝治下)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대상물(對象物)인 오랑캐꽃에 다가가 기구한 현실 상황을 독백(獨白)하는 형식으로 노래한 이 시(詩)는 오늘날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의 장시(長詩) 국경의 밤과 더불어 일제치하(日帝治下)에서의 우리 민족의 수난을 잘 표현한 대표적인 절창시(絶唱詩)로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


    出典 : 拙稿(한림학사 ID), Daum Portal site 신지식프로젝트,

    ‘예술, 엔터테인먼트>문학>이템(item), 2005-10-05 0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