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어 & 언어예절

시이모님 댁(宅) 식구들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호칭해야 하나

noddle0610 2006. 6. 25. 18:23

 

 

시이모(媤姨母) () 식구들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호칭해야 하나

 

━━━  네티즌 kristina님의 질문에 답(答)함 ━━━

 

                                                                                    

     /   박   노   들  

 


  님께서는 시이모(媤姨母)님 가족에 대한 호칭 문제로 크게 고민하실 필요 없이 그저 남편(夫君)을 따라서 호칭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시이모님 댁 식구들 면전(面前)에서 사용해야 하는 직접적인 호칭어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사용하되, 제삼자(第三者) 앞에서 그분들을 지칭(指稱)할 때는 시(媤)자(字) 하나만 더 붙여 우리 시이모(媤姨母)님, 시이종(媤姨從) 사촌(四寸) 시누이 식(式)으로 부르시면 되니까요.


  문제(問題)는 바로 kristina님의 자녀분들이  님의 시이모님 댁 식구들을 무엇이라고 호칭해야 하는가입니다.


  kristina님의 시외가(媤外家) 댁(宅) 가족이신 시이모님은 귀댁(貴宅) 자녀에게는 친할머니의 친정, 즉 진외가(陳外家)의 어른이시며, 시이모님의 자녀분들은 진외갓집에서 출가(出嫁)해 나간 방계(傍系) 집안의 숙항(叔行 : 아저씨뻘 항렬)이 되므로, kristina님 부부(夫婦)와는 달리 호칭 사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마뜩찮은 점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호칭은 대부분 중국 송(宋) 나라 시대 사람인 주희(朱熹)가 편찬한 《주자가례(朱子家禮)》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과거 수천 년(數千年)동안 동양사회는 남성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호칭(呼稱)도 부계(父系) 즉 친가(親家)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계(母系)의 경우는 겨우 외가(外家)까지의 호칭(呼稱)만 어느 정도 체계가 서 있을 뿐이고,  


  진외가(陳外家) : 아버지의 외가(外家)

  증외가(曾外家) : 할아버지의 외가(外家)

  고외가(高外家) : 증조(曾祖)할아버지의 외가(外家)

  시외가(媤外家) : 남편의 외가(外家)

  외외가(外外家) : 어머니의 외가(外家)

  

  이상(以上) 열거한 모계(母系) 집안과는 별로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세세(細細)한 호칭 규정을 안 해 놓았습니다.


  완전한 양성평등(兩性平等)을 지향하는 오늘의 관점(觀點)에서 보면, 이는 매우 불합리(不合理)한 일이지요.


  하기는, 과거(過去)의 우리 나라 여인들, 즉 우리 나라 어머니들은 한 번 출가(出嫁)하면 평생 동안 거의 친정(親庭) 나들이를 안 해서, 아니 친정 출입을 시댁(媤宅)에서 좋게 여기지 않아, 덩달아 아이들의 외가(外家) 출입(出入)조차 드물었던 탓으로, 옛날 어린이들은 외갓집 친척은 물론이요 이모(姨母)네 집안과도 가까이 지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의 친가(親家) 사촌보다 외갓집 외종(外從) 사촌들과 더 가까이 지내고, 아버지 여동생인 고모(姑母)네 집보다 어머니 자매(姉妹)인 이모(姨母)네 집을 더 드나들며, 고모의 자식들인 고종(姑從) 사촌 형제들보다 이모(姨母)의 아들딸인 이종(姨從) 사촌 형제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들 있지요. 심지어는 요즘 우스갯말로 이모(姨母)만 있고, 고모(姑母)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상이 확 바뀌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시이모님 댁(宅)은 귀댁(貴宅)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외가(外家), 다시 말해 진외가(陳外家)집에서 파생(派生)한 방계(傍系) 집안이라 아직은 딱히 그분들을 이렇게 불러 드려야 한다고 일러 줄 만한 걸맞은 호칭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외조부(陳外祖父)와 진외조모(陳外祖母)까지는 밝혀져 있는데, 옛날에는 손자(孫子)들이 할머니의 친정인 진외가(陳外家)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다시 조선왕조시대(朝鮮王朝時代)로 거슬러 올라가 《주자가례(朱子家禮)》의 가르침대로, 아버지의 이종(姨從)들을 귀에 익지도 않은 생소한 한자어(漢字語) 즉(卽) 존이종(尊姨從)~무슨무슨 어른 식(式)으로 부르게 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아버지의 이모님을 요즘 아이들이 이모 할머니!라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말은 국어사전이나 어문(語文) 규정에 수록된 호칭어가 아닙니다. 이모 아주머니란 말은 있어도 이모 할머니란 말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이모(姨母)란 말이 그분과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관계어(關係語)이자 지칭어(指稱語)였을 뿐이고, 정식 호칭은아주머니!였으니까요. 좀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이모(姨母)가 시집을 가지 전(前)엔 이모 아줌마 또는 아줌마였고, 출가(出嫁)를 하면 이모 아주머니아주머니로 불렀습니다.


  따라서 시이모님을 우리 자녀들이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자유이나, 혹시 호칭 문제에 밝은 어른들이 들으시면 세상에 이모할머니란 말이 다 있나? 늙으신 이모님이란 말인가? 이모(姨母)는 어머니 항렬(行列)인데, 그렇다면 이모(姨母)에게 할머니가 되시는 어른을 가리키는 것인가? 하고 비웃을지도 모르므로, 차라리 그분이 사시는 곳의 지명(地名)을 덧붙여, 예컨대 돈암동(敦岩洞) 할머니안양(安養) 할머니 정도로 불러 드리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어차피 할머니의 여자 형제(자매)는 우리 자식들에게 '할머니 항렬(行列)'이시므로, ‘△△할머니로 부르는 것에 잘못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두 집안 사이의 정확한 친인척(親姻戚) 관계를 모르는 제3자(第三者) 앞에서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호칭이고, 또 어차피 우리 자녀들이 자기 아버지의 이모님을 무엇이라 불러 드려야 하는지 그 호칭이 명시(明示) 되어 있진 않으므로 무난한 대안(代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는 첫째 큰아버지’ ‘둘째 큰아버지 대신에 큰아버지호칭 밑에 그분이 사시는 곳의 이름을 덧붙여 돈암동 큰아버지 안양(安養) 큰아버지라고 불러 드리는 경우도 많으므로, 친할머니 자매(姉妹)이신 어른을 돈암동(敦岩洞) 할머니안양(安養) 할머니’ ‘△△할머니로 불러 드린다고 해서 큰 허물은 없으리라 사료(思料)됩니다.


  시이모(媤姨母)님의 자녀들을 우리 자녀들이 고모(姑母)나 삼촌(三寸)으로 부른다는 것은 어법(語法)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고모(姑母)인 아버지의 여자 형제들과 구분이 안 되는 일이고, 시이모(媤姨母)님의 자녀들은 남편과 이미 이종(姨從)사촌 간(四寸間)이라 우리 아들딸과는 그 촌수(寸數)가 오촌(五寸)으로 멀어졌는데, 형평(衡平)에 어긋나게 친가(親家) 어른보다 더 가까이 호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니겠습니까? 혹여(或如) 친가(親家)의 오촌(五寸) 당숙(堂叔)을 평소에 삼촌(三寸)이라고 부른다면 몰라도, 그런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친가(親家)의 삼촌(三寸)도 그 말 자체는 단순히 촌수(寸數)를 나타내는 관계어(關係語)에 지나지 않으므로, 실제 호칭어로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입니다.


  하지만 고모(姑母)가 아닌 분에게 고모란 가당(可當)치 않으며, 삼촌(三寸)이 아닌 진외가(陳外家)의 방계(傍系) 오촌(五寸) 아저씨에게 삼촌(三寸)이라 하는 것은 더 부당(不當)한 언행(言行)이 아닐까요?……     

 

  요즘 어떤 CF를 보니까 삼순이로 유명한 탤런트 김아무개 양(孃)에게 어떤 어린아이가 실수(失手)를 저질러 놓고서 아줌마, 미안해요. 운운(云云)했더니, 김양이 자기는 아가씨인데 아줌마로 불렀다며 삼순이 특유(特有)의 제스처(gesture)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前)에 제가 《아줌마 호칭 시비에서 떠올린 이런저런 단상(斷想)들》이란 졸문(拙文)을 통해 소상(昭詳)하게 밝힌 바 있지만(http://eroom.korea.com 코리아 토크토크, 중년의 쉼터, 2005-07-26 오전 11:20:54 게재), 원래 아줌마엄마’ ‘아빠처럼 어린이가 쓰는 유아어(幼兒語)로서, 중부지방에서 미혼(未婚)인 고모(姑母)나 이모(姨母) 등에게 쓰던 말입니다.


  옛날 어린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자기 고모나 이모가 혼인을 하여 출가외인(出嫁外人)이 되면, 그제야 아줌마 호칭을 한 단계 격상(格上)하여 아주머니로 불렀습니다.


  아주머니는 출가(出嫁)한 고모나 이모뿐만 아니라 외숙모 · 당숙모(종숙모) · 재당숙모(재종숙모) 등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며, 형수(兄嫂)나 손위 처남댁(妻男宅)에 대한 호칭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줌마아주머니는 친인척(親姻戚)에 한(限)해 사용하던 호칭이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남의 부인에게는 결코 아주머니란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남녀 유별(男女有別)이 자심(滋甚)했던 우리 나라에서는 남의 부인에게 말을 걸어 볼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으며, 어쩌다 맞닥트리게 될 경우에는 겨우 한다는 소리가 부인(夫人), 아무개 부인, ‘○○(시집간 곳의 지명) 부인 정도였습니다.  또는 며느리를 보지 못한 지체 높은 양반 부인에게는 아씨, 며느리를 둔 양반 부인은 마님이라 불렀습니다.


  아직도 전통 예법을 따지는 집안에서는 의 친척이 아니면 그 누구에게도 아줌마 아주머니란 호칭을 쓰지 않으며, 아무 여인에게나 사모님 또는 여사님 호칭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고모(姑母)님을 보고 아줌마아주머니 호칭을 겸해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어릴 때 고모(姑母)님이 다른 집으로 시집가기 전부터 사용해 오던 아줌마 호칭에 익숙해, 그대로 계속 사용하다가 우리 할아버님한테 들켜서 크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지만, 고모님이 아주머니란 말이 징그럽다며 여전히 아줌마라고 부르라 하셔서 계속 사용하다가, 지금은 70이 넘은 노인이시라 가끔씩 아주머니라는 말을 섞어 불러 드리곤 합니다.


  우리 고모님은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필자로부터 아줌마 소리를 들을 때, 오히려 늙은이 대접이 아닌 젊은 아줌마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며, 아줌마 소리를 더 선호(選好)하십니다. 아마 이 조카한테서 당신(當身)이 미시(missy)로 대접받은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으셨나 봅니다. 


  요즘 사람들은 고모(姑母)를 그냥 고모라 부르고, 형수(兄嫂)를 형수님이라 부르며, 숙부(叔父)를 삼촌(三寸)이라 부르고, 외삼촌(外三寸)을 그냥 외삼촌(外三寸)이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엄밀히 따져 고모(姑母)나 형수는 호칭이 아닌 관계(關係)를 나타내는 말이고, 삼촌(三寸)이나 외삼촌(外三寸)은 촌수(寸數)를 나타내는 말일 뿐 정식(正式) 호칭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오늘날 호칭을 무미건조한 촌수(寸數)로 바꾸어 부르는 잘못된 습관은 일제(日帝) 시대부터 생겼습니다.


  우리가 문어체(文語體)지칭어(指稱語)인 조부(祖父)나 조모(祖母)를할아버지할머니로 부르듯이, ‘고모(姑母)이모(姨母)는 문어체 표현이자 단순히 본인과의 척분(戚分) 관계를 나타내는 지칭어(指稱語) 단어일 뿐이니, 과거사 청산역사(歷史) 바로잡기 차원에서라도 다시 생생한 입말[구어(口語)]아주머니를 이웃 부인에게서 뺏어다가 우리 고모와 이모 및 외숙모 · 당숙모 · 형수와 손위 처남댁에게 되돌려 드려, 일제(日帝)의 잔재(殘滓)를 말끔히 청산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다!……


  아줌마, 아주머니 호칭을 비롯해 우리가 평소 깊은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사용한 호칭이 오늘날 어떤 부작용(副作用)을 일으키고 있는가를!……

 

 

  친인척(親姻戚) 여성에 한(限)해 사용하던 호칭 아줌마, 아주머니를 처음에는 친근감의 표현으로 남의 여자들에게 사용하였겠으나, 너무 남용(濫用)하다 보니 이젠 여성들이 그 말을 싫어합니다. 친척 손위 항렬(行列) 여성 중에서 미혼(未婚) 여성에게나 사용하던 아줌마는 그 의미가 변하여, 기혼(旣婚) 여성을 비하(卑下)하는 호칭으로 거의 굳어졌고, 젊은 미혼 여성에게 사용했다가는 삼순이 같은 여성들에게 손으로 삿대질을 당할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아줌마란 말은 삼순이만 싫어하는 것이 아니고, 고모(姑母)도 이모(姨母)도 싫어하십니다.


  어쩌면 kristina 님의 시이모(媤姨母)님 댁(宅)의 시이종(媤姨從) 사촌(四寸) 시누이들도 싫어할 것이고, 유부녀(有夫女) 같지 않은 발랄하고 세련된 미시(missy)족(族) 기혼여성(旣婚女性)들에게 이 말을 썼다가는 자칫 오뉴월 찬 서릿발보다 더 차가운 대접(待接)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요즘 일부 기혼 여성(旣婚女性)들은 자신이 중년(中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란 말조차 아주 듣기 싫어하더군요.  자기가 무슨 교수 부인(敎授夫人)도 아니면서, 여류 명사(女流名士)도 아니면서, 사모님이나 여사님이라고 불러 주어야 눈을 내리 감은 채 응대(應對)를 해 주니……. 


  아줌마아주머니의 어원(語源)을 생각해 보면 하등(何等) 불쾌해 할 필요가 없는데, 하도 싫어하는 기피어(忌避語)가 되어 가고 있으니, 진짜 아줌마 소리를 들어야 할 미혼(未婚)의 고모(姑母)와 아주머니 소리를 들어야 할 당숙모(堂叔母)님들에게 앞으로 고유어로 무엇이라 호칭해야 할지…….


  그런데도 우리 고모님은 고희(古稀)를 넘기신 연세에 필자로부터 아줌마 소리를 들을 때, 오히려 늙은이 대접이 아닌 젊은 아줌마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며, 마치 당신(當身)을 제가 미시(missy)족(族) 여성으로 대접하는 것쯤으로 여기시고 아주 좋아하시니, 정말 신구(新舊)가 뒤섞인 요즘세상은 매사(每事) 고르지도 못하고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이런 호칭의 뒤죽박죽 현상은아빠오빠란 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부부(夫婦) 사이에서 오고가야 할 호칭어에 근친상간적(近親相姦的) 뉘앙스(nuance)의 호칭어가 끼어들어 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내도 남편을 아빠라고 하고, 딸도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니, 호칭상 아내와 딸이 아빠를 공동 소유하는 셈인데, 이는 존속(尊屬)에 대한 모독(冒瀆) 내지 인륜(人倫)을 무너뜨리는 불륜(不倫)이자 정말 망측(罔測)한 말입니다. 


  조선시대(朝鮮時代)에는 여인들이 남편을 서방님, 낭군님이라 부르거나, 양반 계층의 직위 고하(高下)에 따라 나으리, 영감, 대감으로 불렀습니다.


  학계(學界)에서는 요즘 중년 이상의 부부 사이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여보!란 말을 극히 최근세에 사용하기 시작한 호칭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보란 말을 부부 간의 호칭어로 공식 인정한 국어사전은 1982년판 국어대사전(민중서림 간행판)부터였고, 그 이전(以前)에 나온 한글학회의 중사전(1958년판)까지는여보를 평교(平交) 사이에 부르는 소리나 여보시오의 좀 낮은 말 정도로만 풀이하였을 뿐입니다.  20세기에 들어와 일본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들의 영향을 받아, 남편을 직접 호칭어가 아닌 자녀들의 입장에서 부르는 간접적인 호칭어로 “△△아버지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시댁 어른들에 대해서도 예전 같으면 아주버니!로 불러야 할 시숙(媤叔)에게 아무개 큰아버지!라 하고 시동생(媤同生)에게는 삼촌(三寸)!이란 말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시누이에게는 우리 자녀들이 사용해야 할 고모(姑母)라는 호칭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호칭의 혼란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언어상 친척 관계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시누이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고모(姑母)이지 아이 엄마의 고모(姑母)는 아니지 않습니까?  시동생은 아이들의 삼촌(三寸)이지 아이 엄마인 의 삼촌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의 호칭은 와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불러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왜정(倭政) 치하(治下)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누이는 아가씨고, 시동생은 도련님일 터인데, 우리들의 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들을 연하(年下) 고모(姑母)이자 연하 삼촌(三寸) 쯤으로 오해하게끔, 이 땅의 다수 여성들이 20세기 언제부터인가 자기 자녀들과 함께 공동호칭으로 시댁(媤宅) 식구들을 뒤틀리게 불러 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호칭을 마구 혼용하다 보니, 엄마와 딸이 호칭상으로 아빠를 공동 소유하는 희극적 불륜(不倫)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마침 공교롭게도 1960년대 초(初)에 동아일보(東亞日報)에서 개국(開局)한 DBS 동아방송(東亞放送) 라디오의 아빠, 다녀오세요란 아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바로 이 프로그램이 아빠 호칭의 확산(擴散)에 기름을 확 부었던 것입니다.  촉촉한 음성의 여자 성우(聲優)가 매일 출근 시간에 맞추어 남편들로 하여금 직장(職場)에서 힘을 내어 일하고 퇴근하면 옆길로 새지 말고 일찍 귀가(歸家)하도록 애교(愛嬌)있게 독려(督勵)하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그 여자 성우의 목소리에 빠져들어, 대학 졸업하면 나도 저렇게 매력적인 여성과 얼른 가정을 꾸며 좋은 아빠가 되어야지 하고 결심을 한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서른다섯 살이 다 되어서야 겨우 성혼(成婚)할 수 있었답니다. ^^*  


  그러니까아빠란 원래는 아내가 남편을 애칭(愛稱)으로 부르던 호칭이었는데, 지금은 아내보다도 자식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소아어(小兒語)로 변질하였고, 더 나아가 여자들이 성인(成人)이 되어 아이엄마가 되어서까지도 친정(親庭) 아버지를 아빠로 계속 부르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기야 엄마와 달리 아빠는 발음상 된소리현상 때문에 유아(幼兒)들은 발음하기 힘든 호칭인데, 아버지의 유아적(幼兒的) 발음 형태인 아-부-지! 대신, 요즘 아이들은 엄-마!보다 몇 개월 뒤늦게 100 퍼센트 억지로 아빠!를 부르기 시작하여, 비로소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정말 아버지가 된 감격을 느끼게 하고 있는 실정(實情)입니다. 


  어쨌거나 일부 여성들은 딸과 함께 호칭상 남편을 아빠로 공동소유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국어학자들은 남편에 대한 호칭어로서의 아빠란 말을 한결같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겨운 남매 사이에 사용하던 오빠동생도 지금처럼 애인 사이에 쓰는 호칭으로 굳어지게 되면, 언젠가는 그 의미가 진부(陳腐)해지고 타락하여 듣기 싫은 말로 변해 버릴 것입니다.


  지금처럼 오빠란 단어가 본래의 사전적(辭典的) 의미에서 일탈(逸脫)하여 애인이나 부부 사이에 사용하는 호칭으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다면, 정작 친오빠는 앞으로 뭐라고들 부를 것인지 자못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과거(過去)로 회귀(回歸)하여, 친오라비를 이미 고어화(古語化)한 낱말인 오라버니로 다시 부를 것인가요?


  예전에는 대학교 동기생(同期生) 사이에도 남녀 간에는 서로 말을 놓지 않았으며, 연인(戀人)사이에도 아무개 씨(氏)!로 불렀는데, 요즘 TV를 보면 연인 사이는 말할 것도 없고, 혼인 후에도 아내가 남편을 보고, 오빠! 오빠!라 불러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이는 분명 언어상(言語上)으로 근친상간(近親相姦)임에 틀림없으니, 진짜 친오빠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부모님들이 호칭을 고쳐 주어야 하겠습니다.


  각자(各自)의 호칭을 원래의 자리에 있는, 원래 불러 주어야 할 사람들에게만 사용하도록 하여, 이제라도 더 이상의 오해(誤解)와 오용(誤用)이 없도록 하고, 언어상(言語上)의 불륜(不倫)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논지(論旨)를 다시 원점(原點)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이미 누누이 말씀드렸거니와 kristina님의 시이모(媤姨母)님에 대한 호칭은 부군(夫君)께서 사용하는 호칭에 자(字)만 덧붙여 사용하시면 될 것이고, 님의 영애(令愛)와 영식(令息)들은 시이모님을 비롯해 그 가족들에 대한 호칭을 단순히 편의적(便宜的)으로 부르게 하지 마시고, 원칙적으로 부르게 하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시이모님 집안이 kristina님의 영식과 영애에게는 진외가(陳外家)의 방계(傍系) 집안에 해당되므로, 현재 걸맞은 호칭이 없으면 대안(代案)으로라도 합리적인 호칭을 쓰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시이모님은 귀댁(貴宅) 자녀들이 ‘△△동(洞) 할머니로 지칭(指稱)하도록 하시되, 그분 앞에서 사용하는 직접적인 호칭어로는할머니로 부르게 하시고, 시이모님의 자녀들은 남편의 이종(姨從) 사촌형제들이자 귀자녀(貴子女)에게는 한 항렬(行列)이 높은 숙항(叔行 : 아저씨뻘 항렬)이므로, 남자들에겐 아저씨, 여자들에겐 아줌마아주머니로 부르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삼촌(三寸)이나 고모(姑母)라고 부르게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녀들에게 거짓을 가르치는 셈이니까요.


  부군(夫君)의 이종(姨從) 사촌 자매(姉妹) 중 미혼인 분에게 님의 자녀(子女)들이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을 누가 시비(是非)한다면, 오히려 그것은 그렇게 발설(發說)하는 사람의 교양(敎養)을 의심할 수밖에 없음으로 크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전통적 명문(名門) 명가(名家)에서는 아직도 옛날 호칭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21세기의 과학 한국(科學韓國)을 지향하는 오늘날, 새삼스럽게 양반(兩班)을 따진다는 것은 동키호테보다도 더 우스운 일이지만, 자라나는 우리 귀여운 아이들에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의 호칭을 사용하도록 가르친다는 것은 더더구나 꼴불견이 될 수 있으므로, 호칭의 편의성(便宜性)만 추구하는 일은 제발 없으시기를 간곡히 거듭 당부(當付)드립니다.


  kristina님과 마찬가지로 네티즌 가운데 저의 글을 읽으신 jjangjd님께서는 언어는 진화하는 생물과 같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달라져도 사회 전반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변화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답글을 주셨지만, 오빠아빠 호칭의 예(例)에서 볼 수 있는 근친상간적(近親相姦的)인 뉘앙스(nuance)와 아줌마’ ‘아주머니 호칭에 대한 세간(世間)의 심각한 오해 및 kristina1님의 시이모(媤姨母)님 집안 식구에 대한 호칭상 고충(苦衷) 등(等)을 조금이라도 해소(解消)하여야 하겠기에, 주제 넘는 일인 줄 알면서도 중언부언(重言復言) 횡설수설(橫說竪說)하였사오니, 저의 췌언(贅言)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여불비례 (餘不備禮) ━━━

 


2005 9 7 0새벽을 열며

 

 □ 출전 1 : 졸고(拙稿), eroom.korea.com의 noddle글광, 호칭어 고찰,

 http://eroom.korea.com/nod_157446, 2005-09-07 오전 12:04:03


 

 □ 출전 2 : 졸고(拙稿) 《시이모님 댁 식구들을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호칭해야 하는가》, 코리아닷컴, e-Room, 토크토크>일상다반사>중년의 쉼터, 2005-09-08 오전 1:49:08 투고(投稿) 및 게재(揭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