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 언어

'대든다'의 의미를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지 말자

noddle0610 2006. 6. 27. 14:19

 

 

'대든다' 의미를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지 말자

 

━━  200411월 한나라당 소속 김덕룡 의원(議員)이 기자(記者)들과의 간담회(懇談會)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 우리 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토론하자며 대들까 걱정스럽다'고 한 말 때문에 여야(與野) 정치인과 언론(言論) 및 인터넷 토론방이 뜨거워진 일이 있었다. 다음 글은 이에 대한 필자의 소견이다. ━━

                                                                               

/   朴   노   들 

 

 

 대든다는 의미(意味)를 꼭 손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반항(反抗)한다는 뜻으로만 국한(局限)시켜 해석(解釋)할 필요가 있을까?

 

 정계(政界) 일각(一角)과 언론(言論)에서는 일부 국어사전(國語辭典)에 그렇게 한정 해석(限定解釋)되어 있는 것처럼 인용(引用)들을 하고 있는데, 그 국어사전의 좁은 해석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 국어사전의 해석이 절대적으로 고수해야 할 헌법(憲法) 조문(條文)은 아니니까 말이다.

 

 관습적(慣習的)으로 볼 때, 대든다는 말은 '손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반항한다'는 뜻보다는 '약자(弱者)가 강자(强者)에게 세차게 달려들거나, 상대방에게 어떤 요구를 하거나 반항하느라고 세차게 달려든다'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는데, 요즘 우리나라 정가(政街)와 세간(世間)에선 대든다의 의미를 각자의 정치적 입맛에 맞게 아전인수격(我田引水格)으로 축소해석(縮小解釋)들을 하고 있으니, 비싼 쌀밥 먹고 정말 어지간히 할 일들도 없으신가 보다.

 

 다시 한 번 반문(反問)하거니와, 누가 대든다는 의미(意味)를 '손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반항(反抗)한다'는 뜻으로만 자의적(恣意的)으로 국한(局限)하여 감히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 십 수 년 전에 우리 나라의 홍수환(洪秀煥) 선수는 자기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당년(當年) 19세의 카라스키야 선수에게 링(ring) 위에서 무려 4회나 다운(down)을 당했지만 굴복하지 않고 계속 대들어 사전오기(四顚五起)의 신화(神話)를 만들었는데, 이 경우 '굴복하지 않고 계속 대들었다'는 표현이 잘못된 것일까.

 

 여야(與野) 정치인들이시여, 언론계(言論界)의 제현(諸賢)들이시여, 인터넷 상(上)의 누리꾼들이시여!

 

 우선 자기 의견을 표현할 때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야 하겠지만, 상대편의 거친 표현을 똑같은 수법으로 되받아 공격하거나 상대방의 본의(本義)를 왜곡하여 확대해석(擴大解釋)하는 치졸(稚拙)한 짓거리는 이제 그만 삼가시는 것이 어떠하올지?……

 

 큰 그림을 그려 보여 국민들로 하여금 미래(未來)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할 생각들은 안 하고, 항상 편가르기를 하여 상대방의 일부 표현을 문제 삼아 말꼬리를 물고늘어지거나 선동(煽動)하여 불신풍조(不信風潮)를 조장(助長)하는 행위는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특히 이 나라 제1당(第一黨)인 여당(與黨)부터 맏형의 금도(襟度)를 보여, 다른 정당(政黨)들이 본받을 수 있게 해 주기를 간곡히 기원(祈願)해 본다.

 

2004 11 21 일요일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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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 인터넷신문 데일리안, 토론광장 데안토, 자유토론방, 

      2004-11-21 14:00   http://www.dailian.co.kr/deanto/  

       필자(筆者) 아이디(ID) : '우리말 辭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