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유록(交遊錄)

최광천(崔廣川) 선생님 전(前) 상서(上書)

noddle0610 2015. 10. 30. 17:53

 

 

 

최광천(廣川) 선생님 전() 상서(上書)

 

선생님!

그간 무양(無恙)하셨지요?

 

선생님을 뵌 후 어언(於焉) 한 해가 후딱 지나갔습니다.  

세월여류(歲月如流)란 말을 요새처럼 실감한 적이 예전에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올해는 유례(類例)없이 날씨가 순조롭지 못해 특히 지난 여름에 저는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더위와 씨름하며 집 지킴이 노릇만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저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患者)는 섭씨(攝氏) 30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고 하셨기 때문이지요.

 

나이도 들고 운동부족 상태가 되다 보니 요새는 지난해보다 저의 몸 상태가 훨씬 더 안 좋습니다. 아주 가까운 시내(市內) 나들이를 하려고 해도 바퀴 네 개 달린 승용차는 도저히 탈 수도 없고 버스(Bus)를 이용할 경우에도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곳엔 갈 수가 없습니다. 며칠 전(10 23일 오전)에는 저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대문(西大門) 고갯길 바로 옆에 있는 강북삼성병원(江北三星病院)에 가려고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실신 상태(失神狀態)에 이르렀던 일도 있습니다. 그날 제 아내가 저와 동행(同行)하지 않았다면 길에서 객사(客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선생님께도 말씀드린 적이 있거니와 여러 해 전부터 가급적 승용차나 버스 이용을 삼가고 그 대신에 지하철(地下鐵)을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강북삼성병원에 갈 때는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제 아내의 다리 상태를 고려해 지하철을 안 타고 용기(?)를 내어 승용차를 탔다가 도중(途中)에 그런 사달이 났던 것입니다. 

 

지난 한글날 전야(前夜)에 새로 출간된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原本)의 복간본(復刊本)을 사려고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교보문고(敎保文庫)에 갈 적에는 저희 집 늦둥이 아들놈의 부축을 받고 지하철을 이용했지요. 아들녀석에게 아비 대신 혼자서 사오라고 시켜도 되지만 워낙 책값이 비싸서 혹시 파본(破本)이나 잘못 제본(製本)된 책을 사올까 염려되어 부자동행(父子同行)했던 것이온데, 다행이 하자(瑕疵) 없는 복간본을 구입하여 책값 25만 원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요즘의 저는 보호자 없이는 가급적 외출을 삼갈 정도로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편입니다. 올해 추석(秋夕) 전후에도 강원도에 있는 선영(先塋)에 성묘를 못 갔습니다.

 

여름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외출을 자주 못했고, 가을에 들어와서는 거의 전례(前例) 없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미세(微細)먼지()미세먼지의 빈번한 출현 때문에 그동안 매일 해온 산책(散策)도 자주 못 하고 있나이다. 

 

올해 제가 살고 있는 동네와 가까운 월드컵 공원에서는 10월 초에 서울 정원 박람회(10.3~10.12)’, ‘8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10.16~10.18)’, ‘하늘공원 억새축제(10.10~10.17)’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빈번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한반도(韓半島) 상공(上空) 기습(奇襲) 때문에 저의 내심(內心)으로 크게 기대했던 TV에서도 크게 보도한 바 있는 10월 축제들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습니다.

 

저도 이번 가을에 들어와 아내와 함께 번갈아 경쟁하듯 병원 출입을 지나치게 자주하느라 8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10.16~10.18)’의 개최 시기도 그 기간에 임박해서야 알았지만, 하필이면 그 주간(週間)부터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아주 나쁨상태이거나 전국적인 주의보(注意報) 내지 경보(警報)’가 내려진 기간이라 가족들의 만류로 참석을 망설이고 있었고, 저의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혹여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가 현장에서 예기치 않은 폐()를 끼칠까 저어하여 연락을 안 드렸던 것입니다. 공기(空氣) 상태만 좋았다면 세 개의 축제를 한꺼번에 다 즐길 수 있었던 기간인데 말입니다.

 

새우젓 축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원(庭園) 축제억새축제는 사진 찍기에 딱 좋은 볼거리가 많은 축제였는데, 저와 같은 고황지질(膏肓之疾)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독가스(Gas)나 마찬가지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때문에 세 개의 축제를 다 관람하는 것은 포기해야 했지만, 최소한 새우젓축제만은 우리 최선생님을 모시고 꼭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하오나, TV에서 새우젓축제(10.16~10.18)’ 기간 내내 일기예보(日氣豫報)를 통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注意報)를 발령하는 바람에 차마 선생님께 연락 올리는 것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날그날(매일매일) 발령하는 일기예보에서도 나쁨아니면 아주 나쁨이거나 주의보또는 경보(警報)’ 상태를 잇달아 발령하여 아예 선생님께 연락을 안 드렸던 것이옵니다.   

 

그런데, ‘새우젓축제(10.16~10.18)’의 두 번째 날인 10 17(토요일) 날 아침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저희 동네인 은평구 마포구 지역에 아주 나쁨상태로 발령되어 있었지만, 그날 오후 2시 경에는 전국 및 서울 지역 전체가 여전히 나쁨상태이되 예외적(例外的)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월드컵공원이 있는 상암동(上岩洞)에 한()해 일시적으로 보통으로 낮아졌다가 저녁때가 되면 다시 나쁨상태가 된다는 예보(豫報)를 제 아들녀석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저에게 알려 줘서, 저는 아들녀석의 곁부축[扶腋]을 받은 채 허둥지둥하며 어렵사리 새우젓축제 현장에 갔습니다. 축제 준비 상태는 작년보다 더 풍부한 편이었지만 미세먼지 주의보발령 기간이라서 그런지 인파(人波)는 작년보다 덜했습니다. 새우젓 한 통과 어리굴젓 한 통을 샀는데, 가격도 작년보다 훨씬 비쌌고[광천 독바위토굴 새우젓 육젓() 55천 원, 독바위토굴 어리굴젓 1kg 26천원], 지난여름 내내 너무 날씨가 폭염(暴炎)상태였기 때문인지 소금기[鹽分] 과잉(?)으로 인해 새우젓이나 어리굴젓의 맛이 너무너무 짭조름했습니다. 

 

일시적으로(잠깐) 공기가 완화된 틈을 타서 축제장소에 갔기 때문에 저희 부자(父子)는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가 아들녀석이 저를 대신해 축제현장의 이모저모 사진만 찍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작년에 최선생님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올해엔 그렇게 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은 채 말이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예상했던 대로 저희 동네의 기상(氣象) 상황은 다시 미세먼지 나쁨상태였고, 그 다음 날(10 18) 기상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아주 나쁨상태였습니다. 만약 날씨가 호전되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서 제 아들놈의 부축을 받고 가서라도 꼭 선생님을 축제장소로 모시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주일까지 일주일 이상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상태는 악화 되었고, 저는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10 23(금요일)에 강북삼성병원으로 가다가 승용차 안에서 쇼크상태에까지 빠질 만큼 건강이 안 좋아져서, 선생님께 아무 연락도 못 드리고 있던 차에 오랜만에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Blog)에 들렀다가 선생님께옵서 남기신 댓글을 읽고 이렇게 부랴부랴 글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건강이 부실해지다 보니 제 몸 돌보기에만 골몰하느라, 저와 가까운 친인척은 물론이요 저의 절친했던 분들께도 점차적으로 소홀해지고,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주위(周圍) 분들에 대한 도리(道理)조차 못 갖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운동부족으로 체중이 갑자기 증가해 남들 보기에는 저의 신체가 아주 풍요로워 보이지만 현기증도 심해지고 호흡도 가빠지고 매일 걷던 산책 코스도 오랜만에 걸으려니 힘에 부쳐서 요새는 지난봄에 걷던 거리의 절반 정도만 겨우겨우 걷고 있습니다.

 

아직 저의 슬하에서 독립하지 못한 세 명의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뼈를 깎는 마음으로 각오를 단단히 한 채 열심히 운동을 해서 최소한 작년에 선생님을 뵙던 때의 건강만이라도 되찾고 싶습니다. 저 못지않게 여러 가지 신병으로 고통을 겪는 제 아내를 위해서라도 말이옵니다. 문제는 다가오는 겨울철 혹한의 날씨와 미세먼지 그리고 황사(黃砂)이온데, 그것이 걱정이옵니다.

 

선생님!!

오랜만에 선생님께 글월 올리다 보니 너무 저에 관한 신세타령만 늘어놓은 듯 하옵니다. 그만큼 제가 선생님을 믿고 좋아하나 봅니다. 

 

앞으로는 밝은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희망에 찬 이야기를 하는 본래(本來) 박노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요사이 환절기를 맞이해 아침저녁 일교차(日較差)가 너무 극심해 감기가 널리 유행하오니, ‘독감(毒感) 예방 주사’ 꼭 맞으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나라에서 만(滿)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모든 일반병원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하더이다. 소생은 10월 초에 이미 무료 접종의 혜택을 왼팔에 입었사옵니다.^^*  

 

제가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산여해(如山如海)이오나 오늘은 예서 이만 맺을까 합니다.  선생님과 영부인(令夫人) 두 분 모두 을미년(乙未年) 가을에 알찬 결실(結實) 이루시기를 간곡히 축수(祝手)하겠습니다.

 

 

2015 10 30 (금요일)

  

못난 후생(後生)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