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풍경

불광천(佛光川) 왜가리

noddle0610 2018. 6. 15. 11:30













불광천(佛光川) 왜가리

 

왜가리가 개천가에 오면

어떤 땐 반갑고

어떤 땐 꼴도 보기 싫다. 


왜가리가 개천가에 오면

그날이나 그 다음날

십중팔구(十中八九)

비가 오기 때문에

단 한 방울이라도

비가 오기 때문에

어떤 땐 반갑고

어떤 땐 꼴도 보기 싫다.



오랜 가뭄 끝이나

무더위가 극심하거나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

왜가리가 개천가에 오면

너무 반갑다.

그날이나 그 다음날

비가 한 방울이라도

내리기 때문이다.

어느 먼 곳에서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개천가를 오명 가명 하는

왜가리는 마치

하느님이 보내신

전령병(傳令兵) 같다 



오뉴월 지루한 장마 끝이나

칠팔월의 태풍(颱風) 끝머리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 있을 때

왜가리가 개천가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런 날은 정말

왜가리 꼴도 보기 싫다.

아직 끝나지 않은

궂은비 소식,

얄궂은 날씨 소식 따위를

또 알리려 날아온 게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어느 먼 곳에서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개천가를 어슬렁거리는

저 왜가리는 마치

하느님이 우리들한테

조심하라고 보내신

전령사(傳令使) 같다.



어떤 땐 반갑고

어떤 땐 얄미운

왜가리가

오뉴월 폭염 끝에

찾아오거나

칠팔월 폭풍우 끝에

찾아오면,

기쁜 징조(徵兆)

나쁜 조짐(兆朕) 때문에

웃기도 하고

짜증을 낼 때도 있지만,

남들보다 먼저

천기(天氣)를 알려 줘서

개천을 찾아주는

왜가리가

이즈음엔 고맙다.



내가 살고 있는

도회지(都會地) 한복판에 

개울물이 흐르게 하고,

그 개울가에

왜가리를 보내

대자연(大自然)의 섭리(攝理)

일깨워 주신 하느님께

때때로 경외감(敬畏感)을 느낀다.

 

불광천(佛光川) 개울가를

매일매일 산책하다가

왜가리를 만나면

그 녀석이 언젠가부터

능청스러운 내 친구처럼

느껴진다.

 

우리 동네 불광천

왜가리가 찾아오면

그날이나 그 다음날

열 가운데 아홉은 

비가 꼭 내린다.

단 한 방울이라도

비를 몰고 오기 때문에

우리 동네를 찾아오는

왜가리는

천기(天氣)를 살짝 알려 주려 온

하느님 전령사(傳令使)가

정녕코 틀림없다.

 

2018 6 13 일 오시(午時)

불광천(佛光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