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鼈主簿), 불광천(佛光川)에 오셨네
드넓은 사해(四海) 바다 어찌해 작별(作別)하고
아(我) 조선(朝鮮) 불광천(佛光川)에 그대가 오셨을까.
아마도 깊은 사연이 꼭 있을 성싶구나.
태평양(太平洋) 인도양(印度洋)을 헤엄쳐서 오셨을까.
오실 때 대한해협(大韓海峽) 들러서 오셨을까.
황해(黃海)에 머물지 않고 왜 여기 오셨을까.
자라님! 말해 보소. 너무 입이 무겁구려.
서울의 개천(—川)들은 뭇사람이 더럽혀서
애초에 점잖은 님이 올 곳은 아니련만!……
자라님 모습 뵈니 반갑긴 합니다만
오늘날 대한민국(大韓民國) 환경이 하 수상(殊常)해
그대를 성심성의(誠心誠意)껏 모실 수가 없습니다.
이곳엔 깡총깡총 자라님을 반겨 주던
산토끼 집토끼들 다 죽고 없사오니
아뿔싸! 돌아가시오, 용궁(龍宮)으로 가시오.
몇 해 전 큰돌고래 ‘제돌이’와 ‘금등이’가
‘과천(果川)’에 머물다가 어릴 적에 노닐었던
제주도(濟州島) 바다로 간즉, 자라님도 어서 가시오!
용궁(龍宮)으로 돌아가면 용왕(龍王)님께 전하시오.
중생(衆生)이 사는 곳은 산수(山水)가 오염되고
풍진(風塵)이 너무 자욱해 앞날이 뿌옇더라 여쭈시오!
2019 년 4 월 7 일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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