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어 & 언어예절

잘못된 사장(社長)님 호칭

noddle0610 2009. 6. 30. 18:18




잘못된 사장(社長)님 호칭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社會)에서는 호칭(呼稱)이 잘못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신문을 8()씩이나 구독하고 있습니다.

  아침 신문 6, 저녁 신문 1, 특수 신문 1부를 지하철 4호선 숙명여대입구 역() 근처에 있는 가판대(街販臺)에서 한꺼번에 구입해 보고 있습니다. 그 가판대 주인 영감님에게는 제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단골손님인 셈이지요.


그 영감님은 신문을 사러 갈 때마다 저에게 “사장님, 사장님, 우리 사장님” 하시며, ‘바커스’나 ‘denti-Q’ 껌 아니면 스포츠 신문 한 부()를 덤으로 주시며 반가워하십니다. 덤도 덤이지만 영감님의 정이 듬뿍 담긴 구수한 인사가 저를 그 가판대의 단골손님이 되게 했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영감님의 가식 없어 보이는 인사가 기분 좋게 느껴지면서도 때로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제가 진짜 사장님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나 “사장님, 사장님”이라 부르게 되어 사장님 사태(沙汰)가 나고, 그러다 보니 사장님이란 소릴 들어도 별반 기분이 달라지지도 않을 만큼 그 의미가 타락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미의 호칭도 쓸 곳 안 쓸 곳 가리지 않고 함부로 남용을 하다 보면, 듣는 사람이 그다지 흐뭇해하지도 않을뿐더러 때로는 역겨워 할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저에게 신문을 파는 그 영감님께선 제가 이마도 좀 벗겨지고 배도 볼록 나온데다가 넥타이까지 맨 점잖은 신사(紳士) 양반으로 보이니까, 딴에는 정겨움의 표시로 “사장님, 우리 사장님”이라 불러 주셨는지도 모르지요. 허허허.

그러나 저는 그 사장님이란 호칭을 처음 몇 번 정도는 그냥 들어 넘겼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낯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어서, 어느 날 분연(奮然)히 영감님에게 저의 신분을 밝히고야 말았습니다.


“어르신. 저는 사장이 아니고요. 예전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사람입니다. 제발 사장님, 사장님하지 마세요.


“아, 그렇습니까? 선생님이셨군요. 어쩐지 신문을 참 많이도 사 주신다 했더니, 역시 선생님들은 다르시군요.


그 다음 날부터 영감님은 저에게 “선생님, 우리 선생님” 하시면서 이전(以前)보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아지셨고, 이전보다 더 친절히, 때로는 존경심 가득한 태도로 저를 상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영감님이 정확한 호칭으로 불러 주시니까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서로의 인간관계를 매겨 주는 정확한 호칭이 사라지고 부정확하고 애매모호하게 서로 부르거나, 특정 호칭을 남용하여 그 의미가 타락하는 등 호칭어(呼稱語) 사용이 극히 문란해져 어지러운 요즘 세태(世態)를 고스란히 잘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점점 왜곡(歪曲)되어 가고 있는 호칭어 사용을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 것인지, 우리 사회(社會)와 가정(家庭)과 학교(學校)가 지금부터 열심히 지혜(智慧)를 한데 모아야 하겠습니다  


 2009 6 30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