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집

오늘도 내 아내는 김치전(-煎)을

noddle0610 2018. 10. 6. 17:00



오늘도 내 아내는 김치전(-)


소확행(小確幸)


 




 


스무남은 해 전()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는


오늘 아침나절처럼 비가 꾸물꾸물 내리면


부침개 한 판을 부쳐 먹어야


왠지 직성이 풀린다고 하셨다.


어머니 덕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엔


그날이 꼭 제삿날이 아니어도


자주 부침개 맛을 볼 수 있었다.

 



나한테 시집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진정한 부침개 맛을 몰랐던 내 아내는


시어머니 덕분에


부침개 부치는 법과


그 맛을 완벽히 알게 되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오늘 아침나절처럼 비가 꾸물꾸물 내리면


내 아내는


생전(生前)에 시어머니가 하신 말씀 그대로


부침개 한 판을 부쳐 먹어야


왠지 직성이 풀린다며


우리 식구(食口)들에게


부침개를 부쳐 주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태풍 콩레이(KONG-REY) 영향으로


아침나절 내내 빗방울이


우리 아파트(Apart) 창문을


을씨년스레 두들겼지만


나는 아내가 부쳐 준


‘김치전(-) 덕분에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었다. 

 



생전(生前)의 어머니께옵선


숯불 화로(火爐)에다


‘소댕(무쇠솥뚜껑)’을 뒤집어 걸쳐 놓고


부침개를 지지곤 하셨는데,


오늘 내 아내는


가스레인지(gas range)


프라이팬(frypan)을 걸쳐 놓고


‘김치전’을 지져서


그게 노랗게 익을 무렵엔


아주 능숙한 솜씨로


공중(空中) 뒤집기까지 해서


이 낭군(郎君)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앞으로 또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해물(海物)파전’을 해 먹자며 연신 조잘거리는


내 아내가 오늘따라 별스레 귀엽고 사랑스럽다.


환갑(還甲) 진갑(進甲)을 넘긴 지


이미 여러 해 지난 내 아내가


내게는 아직도 새댁처럼 이쁘게 보일 때가


가끔씩 아주 가끔씩 있다.


 


2018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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