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군대 잘 다녀오너라 아들아 군대 잘 다녀오너라 ― 오늘 늦둥이 외동아들을 해군(海軍)에 보내면서 ―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 아비 마흔 두 살 때 늦둥이로 태어난 네가 어느새 훌쩍 자라 대학생이 되더니, 오늘은 드디어 군인이 되는구나. 너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외아들이지만 아비가 늙고 병약(病弱)해 잘 .. 나와 우리 집 2010.04.12
결혼기념일 편지 결혼기념일 편지 ━ 백년가약(百年佳約) 27주년에 부쳐 ━ 내 앞에서 당신은 언제나 동안(童顔)의 얼굴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당신 손결이 예전보다 많이 거칠어졌구려. 스물일곱 해 전(前) 바로 오늘 당신에게 평생 나의 여왕(女王)으로 모시겠노라 마음속으로 다짐했건만 내 나이 환.. 나와 우리 집 2009.09.26
아버지의 의자(倚子) 아버지의 의자(倚子) 글 / 박 노 들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여의어서 내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잘 모른다. 아버지 없이 자란 나는 아버지 있는 친구들이 부럽긴 했지만 술주정뱅이 오입쟁이 투전(投錢)꾼 싸움꾼 백수건달(白手乾達) 아버지를 둔 고향 친구들을 부러워한 적은 한 번도 .. 나와 우리 집 2009.09.01
충견(忠犬) 예삐를 저 세상으로 보내며 충견(忠犬) ‘예삐’를 저 세상으로 보내며 어허!…… 어이!…… 지나간 열네 해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 집 대문(大門)을 잘 지켜 준 예삐야! 우리 집 다섯 식구(食口)와 너는 비록 종(種)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서로를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사랑하였지. 강산(江山)이 한 번 바뀌.. 나와 우리 집 2009.08.04
난(蘭)을 치는 군자(君子) 난(蘭)을 치는 군자(君子) 글 ‧ 사진 / 박 노 들 순백(純白)의 화선지(畵宣紙)에는 난초(蘭草) 한 포기 넉넉히 키울 수 있는 공간과 여백(餘白)의 자리가 늘 있다. 노상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자리에 여유(餘裕)가 생긴다. 청빈(淸貧)한 군자(君子)는 묵향(墨香)만으로 그윽이 난(蘭)을 키울.. 나와 우리 집 2009.04.15
우리 집에서 양력설을 쇠는 까닭은 우리 집에서 양력설을 쇠는 까닭은 ‧ 글 / 박 노 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대에는 음력설이 공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공직자(公職者)들은 해마다 꼭두새벽에 차례(茶禮)를 지내고 집안 어른들께 세배도 못 다 올린 채 직장(職場)으로 출근을 하곤 했습니다. 강원도(江原道) 출신 박씨(朴氏) .. 나와 우리 집 2009.01.08
이순(耳順)이 되고 보니 이순(耳順)이 되고 보니 사진 ‧ 글 / 박 노 들 저는 마흔 살 되는 게 너무 싫어서 서른아홉 살을 마감하던 날 홀로 서재(書齋)에서 잠 한 숨 못 자고 온밤을 고스란히 새우며 세월의 덧없음을 탄식했었지요. 그런 저의 모습을 본 저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아내는 제가 너무 웃긴다며 마흔 살 되던 새해 .. 나와 우리 집 2008.11.20
어느 토요일 서정(抒情) 어느 토요일 서정(抒情) ━ 주말 일기(週末日記) 1 ━ 사진 · 글 / 박 노 들 어제는 바로 지금부터 스물여섯 해 전에 내가 아내의 귀밑머리를 풀어 준 날이고, 오늘은 화가(畵家)이신 큰 처형(妻兄)님의 작품 전시회가 있는 날이자 아내 친정 자매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만남의 날이기도 하다. 아, .. 나와 우리 집 2008.09.29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 백년가약(百年佳約) 26주년에 부쳐 ━ 사진 · 글 / 박 노 들 여보! 내가 당신과 달빛 아래서 인연 맺은 지 꼭 스물여섯 해가 흘렀구려. 삼십 대 중반(中盤) 젊음의 뒤안길에서 당신을 만나 이미 흘려보낸 과거를 후회하며 너무 늦게 내 앞에 나타난 당신을 원망까지 했었는데, .. 나와 우리 집 2008.09.26
한가윗날 아침에 한가윗날 아침에 어젯밤에 하늘을 보니 오늘 밤에 뜨는 달은 무척 둥글고 밝을 것 같더이다. 요즘 어두운 일들이 많아 속상했었는데 달을 쳐다보노라니 기분이 환해지더군요. 오늘 밤엔 날씨가 맑아 여느 때보다 달빛이 더욱 빛날 것 같습니다. 팔월 한가위 아침을 맞아 조상님께 천신(薦.. 나와 우리 집 2008.09.14